연재소설
내 이름은 야옹이 9화

학폭 전성시대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도천재 야옹이

by 태리우스

교실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나만이 놈 앞에서 '헉헉' 소리를 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교복이 소나기를 맞은 고양이 같았다. 아니 이젠 더 이상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 같았다. 교실 뒤에는 웅이도 서있었다. 웅이는 나의 기술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도 처음 보는 엄청난 파괴력의 업어치기였다. 저런 거구를 2미터 이상 튕겨 올리는 힘과 탄력, 유연성이 가히 가공할 위력이었다. 나는 울면서 웅이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웅이에게 안겼다. 기쁨의 울음인지. 아니면 지난 몇 년 동안 최도철에게 받은 수많은 굴욕 앞에 나약하게 당하고 살았던 서러움의 눈물인지. 복잡한 마음으로 눈물이 계속 흘렀다. 웅이는 나를 안아주며 위로해 줬다. 우린 교실을 나가 운동장 벤치로 갔다. 벤치에 앉아 안정을 찾은 나에게 웅이가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그거 있잖아.”


웅이가 입술을 떼었다.


“뭐? 웅아.”

“너 아까 한 거. 그 업어치기 말이여. 언제 배운겨?”

“아. 너 자고 혼자 한두 시간 정도 더 연습했었어.”

“우리가 12시에 잠을 잤는데, 2시까지 혼자 연습을 했던 거야??”

“응, 몸은 피곤한데 재밌어서….”


그 지옥훈련이 재밌다니 웅이도 놀랐다.


“그 기술 이따가 한번 다시 보여줘. 나한테 해줘 봐.”

“그래. 웅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장난을 쳤다. 웅이의 막대아이스크림이 부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자신의 먹을 것을 건들면 누구라도 물고 뜯어 죽일 기세로 덤비는 웅이가 생각나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웅아.... 미안해...."


웅이는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웅이의 뺨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러내렸다. 까만 피부를 타고 내려가는 눈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이스크림과 운동장 흙바닥에는 빗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눈물방울 자국들이 생겼다.


"웅아.... 내가 다시 사줄게...."

"아니야.... 괜찮아.... 그냥 우리가 이제 헤어질 날이 다가오는 거 같아서...."

"응?? 헤어져...? 무슨 말이야....?"

"아니야.... 장난이야!"

"무슨 말이야? 다시 얘기해 봐!"


내가 웅이의 말을 자세히 듣고 싶다고 재촉하려는데 종소리가 울리자 엉덩이를 털고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 가보니 최도철은 자리에 없었다. 가방도 없었다. 내가 들어오니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어떤 애가 나를 향한 박수를 쳤다. 하나 둘 다른 애들도 나에게 박수를 쳐줬다. 반아이들 모두가 나를 응원하며 환호했다.


"대단해 양웅!"

"양웅! 다시 봤어!"


여기저기서 엄지를 추켜올려주었다. 최도철 똘마니들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순식간에 우리 반의 폭군을 제압한 영웅이 되었다. 몇몇 애들은 나에게 와서 빵과 과자, 음료를 주며 그동안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나는 친구들과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은 반아이들 모두와 친구가 된 나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웅이 집으로 갔다. 웅이와 내가 대련하는 것을 웅이아버지, 교장선생님, 영구가 지켜보았다. 다시 한번 나의 업어치기를 보여줬다. 순서에 맞춰서. 들어오는 상대를 잡고 몸을 숙이며 압착된 문어발 빨판의 공기에 최대 압력을 만들어 폭발하는 힘으로 상대를 들어 올려 업어치는 기술이었다. 가공할 파워의 나의 업어치기로 웅이는 용수철처럼 하늘로 튕겨져 올라갔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훗날 이 기술을 쓸 때면 언제나 매트에 내 발바닥 자국이 남았는데 마치 고양이의 발바닥 스탬프 같다고 해서 내 이름을 딴 양웅 스탬프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지켜봤던 세 사람은 입이 쩍 벌어졌다. 이렇게 파괴력 있는 업어치기는 처음 보았다고 했다. 과거에 비슷한 업어치기를 한 유럽의 유도선수가 있다고 했다. 엄청난 힘으로 토네이도처럼 어떤 거구도 공중으로 들어 올린다고 해서 토네이도 업어치기라는 전설의 기술이었다고 했다. 영구는 나의 업어치기는 그보다 훨씬 강력한 파괴력이 있으니까 태풍 업어치기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태풍처럼 강력하게 모든 것을 공중으로 튕겨버린다는 의미로 말이다. 듣고 있던 웅이가 말했다.


“문어발 업어치기 어때요? 문어발에서 나오는 힘에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나는 문어발 업어치기라는 이름이 좋았다. 유도 6개월 만에 최강의 업어치기 기술을 만들어낸 나를 보고 웅이 아버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전설의 유도왕이 자기 눈앞에 서있었다. 영구는 자기에게도 해보라며 웃으며 달려왔고 웅이도 장난치며 나에게 기술을 알려 달라고 졸랐다. 나는 부끄러워하며 도망을 쳤지만 금세 잡혀서 괴롭힘을 당했다. 그때부터 유도명문가 유도천재 웅이도 나를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를 보는 웅이 아버지와 교장선생님의 눈빛이 어두웠다. 교장선생님은 학교로 아빠와 엄마를 불렀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2학기부터는 유도부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빠는 운동선수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하여 걱정했다. 교장선생님은 나를 엘리트 유도 선수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모든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도 말했다. 부모님은 나를 약한 아이로만 생각했는데 유도를 잘한다고 하니 신기해했다. 나와 상의해 보겠다 하고 인사를 한 후 교장실을 나왔다. 집에 가니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웅아. 너 유도선수 하고 싶니? 너무 힘들 텐데….”


엄마는 걱정했다. 나는 엄마에게 유도가 정말 재미있고 내가 제법 잘한다고 힘들지 않고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그렇게 나는 2학기부터 유도부 공식 선수로 등록되었다. 나의 문어발 업어치기를 이겨낼 고등학생은 없었다. 나의 문어발 수비를 뚫어낼 선수도 없었다. 나는 전국체전에 첫 출전해서 금메달을 땄다. 천재유도선수 양웅이라는 뉴스보도가 연일 계속되었다. 신문에서는 '전설의 유도왕 탄생!'이라는 헤드라인과 내 사진이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8시 뉴스에서 나는 '유도가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키도 더 커서 185센티가 되었다. 몸무게는 80킬로그램이 되었다. 어딜 가도 나를 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체격이 신기하게 웅이와 똑같았다. 똑같은 식단을 같이 먹어서 그런 거 같았다.


하지만 웅이는 나와 반대로 중요한 시합에 나가기 전마다 부상을 당했다. 발목이나 팔이 다쳐서 웅이는 전국체전에도 나가지 못했다. 나와 웅이는 같이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그날도 전날 웅이가 발목을 다쳐 포기하고 말았다. 나는 최종 국가대표가 되었다. 나는 웅이와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기뻐하지 못했다. 가장 친한 친구 웅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깜짝 파티를 하기 위해 치킨을 사서 웅이 집으로 향했다. 발목이 아파서 운동은 안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웅이 방에 갔는데 웅이가 없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지하체육관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웅이가 멀쩡하게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발목도 멀쩡하게! 웅이는 특공무술 같은 타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


“웅아!”


내가 웅이에게 소리쳤다. 웅이가 깜짝 놀랐다.


“너 다리 괜찮아!?”

“아! 웅이 왔구나. 많이 좋아졌어.”


어색한 얼굴로 다시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괜찮다길래 나는 웃으며 넘겼다. 나는 사온 치킨을 매트 위에 깔고 웅이와 함께 1인 1 닭이라며 배부르게 먹었다. 이제 내일부터 합숙소에 가면 오랫동안 못 볼 거니까 오늘 실컷 놀자고 했다. 메트 위에 드러누운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추억했다. 국가대표가 못된 웅이는 신기하게도 많이 아쉬워하지 않았다. 다만 나와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웅이가 나를 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웅이 동무, 반드시 살아남으시라요. 진심으로 고마웠시오.”


갑자기 북한 말투를 해서 나는 웃겼다. 웅이는 위급한 상황이나 진심을 말하는 상황에서는 북한말투를 썼다. 그래서 나도 따라 했다.


"동무, 내레 동무에게 빚진 게 많아서 고조 평생 친구하고 싶은데 괘안소?"


웅이를 웃기려고 했는데 웅이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나는 당황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웅이는 눈물을 훔치며 어색하게 말했다.


“너 북한 말투 잘한다!”

"내레 영웅이라는 북한 동무가 있소."


웅이가 웃었다. 웅이가 웃으니 나도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웅이는 웃으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그때 웅이의 표정이 계속해서 기억난다. 그렇게 그날 웅이와 나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잠이 들었다. 아침 6시 알람에 잠에서 깼다. 웅이는 옆에서 대장부답게 대자로 자고 있었다. 웅이 얼굴을 보니 눈물을 많이 흘린 것 같았다. 어제부터 울적한 모습을 한 웅이가 걱정되었다.


인사를 할까 고민하다가 자고 있는 친구를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히 일어나 웅이 집을 나왔다. 그렇게 나는 국가대표가 되었고 웅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나는 태릉선수촌에 입소하여 훈련을 받았다. 나의 문어발 업어치기와 문어발 압착기술을 이겨낼 선수는 없었다. 전 세계에서도. 나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 선수가 되어 훈련기간 동안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계약도 맺고 광고도 찍었다.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훈련시간 이후에는 체력을 회복하기에 바빴지만 틈틈이 웅이에게 전화를 했다. 처음 몇 주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통화를 했는데 한 달 째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되어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던 적이 많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훈련소에서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완벽에 가까운 선수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올림픽에 출전하여 무패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유도 역사상 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하게 모든 경기를 한판승으로 이겼다. 어느 누구도 나를 넘어뜨리지 못했다. 내 세리머니는 문어표정을 하고 발바닥을 카메라에 대고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SNS에서 대유행을 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도 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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