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축구 시합에서 넣은 골의 기억과 짜릿한 감각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공 몇 개를 던져주고 운동장에서 막 축구를 할 때였다. 메인 그룹이 열심히 축구를 하고 나는 골대 옆에서 놀고 있었다.
놀고 있는데 쫄쫄쫄 공이 굴러왔다. 멋진 슈팅도 아니고 툭 쳐서 천천히 골대로 들어간 골인이었는데도 감격이 어마어마했다.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골인 기억도 이 정도인데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선수들이 월드컵 같은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의 환희는 어느 정도일까? 일반인들이 로또에 당첨됐을 때의 기분일 것 같다.
그 정도의 환희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침마다 자주 골인 경험을 한다. 출근시간에 골인하는 것이다. 8시 5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데 나는 49분, 50분 이렇게 골인을 한다. 자주 아주 고통스럽게.
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자주 하는데
우리 집에서 사무실까지 넉넉히 50분 정도 걸린다. 8시에 출발하면 여유 있게 골인하는 것이다.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페달링을 하면 된다.
그런데 나는 늦게 일어나고 여유를 부려서
지 8시 10분 늦으면 15분에 출발을 한다. 그럼 우선 마음속으로 큰일 났다고 계속 소리친다. 미쳤지! 미쳤어! 어쩌려고 해! 나 자신을 무지하게 원망한다!
그래도 출발 전 하나님께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고 페달링을 한다. 진짜 진짜 힘들다. 한때 유행했던 유튜브의 가짜 사나이를 찍는 거다. 30분 만에 도착을 해야 하는데 정말 힘들다.
괴롭다. 허벅지는 아프고 힘은 빠지고 거친 숨소리, 극기훈련을 하는 것이다. 구청에 도착해서는 사무실이 10층인데 10층까지 미친 듯이 헥헥 거리며 올라간다. 아침부터 땀으로 샤워를 한다. 8시 50분에 골인한다.
제일 힘들 때는 계단을 올라가는 5층부터이다. 나의 한계는 이미 넘어섰고 스스로가 걱정이 될 정도로 고통스럽다. 계단에서 나의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헥헥! 헉헉!
사무실에 들어가서 팀장님께 헉헉 거리며
인사를 하고 숨을 돌리러 혼자만의
장소를 달려간다. 며칠 전에는 기절한 것 같아서 어딘가에 누웠었다.
조금만 부지런히 여유 있게 출발하면 아름다운 서울의 청계천, 중랑천, 성북천을 감상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할 텐데 태릉선수촌의 동계훈련을 아침마다 하는 것이다.
언제나 후회하고 일찍 출발하리라 다짐하지만 더 자고 뭔가 하다 보면 늘 빠듯하게 출발한다. 출근시간 1분 앞당기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렇게 1년여를 자전거를 탔는데 얻게 된 것이 있다. 바로 꿀벅지다. 물론 인스타의 멋진 몸짱들의 허벅지는 아니다. 내
생각에 예전보다 다리가 튼튼해졌다. 기분이 좋았다. 시간 관리를 잘못하는 것은 고쳐야 하지만 출근시간을 미루고 미뤄서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운동을 한 결과는 좋았다. 인과관계가 아이러니하고 결과가 재밌었다.
그래도 여유 있게 출근하는 것으로 습관을 바꿔야겠다. 그리고 여유 안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땀 벅벅 샤워를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사무실에 여유 있게 열정적으로 골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