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떡

by 태리우스

공무원들은 발령을 받고 6개월이 지나야 정식 공무원이 된다. 6개월 기간을 “시보”라고 하는데 뜻은 잘 모른다. 6개월 동안 정식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말하면 짤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사고를 쳐도 웬만하면 안 짤린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시보가 끝나면 떡을 돌렸다. 우리 풍습이 좋은 일 있으면 떡을 돌리지 않는가? 요즘에는 다양한 시보 탈출 세리머니를 한다. 나만 해도 나는 치킨과 피자를 돌렸다. 어떤 사람은 호두과자, 누구는 과일 디저트, 예쁜 상자에 닮긴 음식들로 6개월 동안의 보살핌에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의 메시지와 함께 부서 사람들에게 맛난 음식을 돌리고 축하를 받는다.


예쁘게 포장된 시보 음식은 아주 맛있다. 먹는 게 제일 오래간다는 말은 신기하다. 먹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먹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게 아닌가 보다. 생각해보면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삶을 다해서 살아내지 않는가? 누군가가 사주는 음식 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에 잘 잊히지 않는 것 같다.


나도 힘든 시절 누군가 사줬던 칼국수, 짜장면이 기억난다. 먹는 것이 제일 오래가는데 힘든 시절 누군가 사준 음식은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나는 힘든 누군가에게 맛있는 밥을 사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반성을 하게 된다. 올해는 밥 잘 사 주는 멋진 남자로 거듭나야겠다.


이야기를 계속하면 공무원들은 6개월마다 인사이동이 있는데 그러면 그때도 떡을 돌린다. 그때는 자신이 아닌 지인들이 돌린다. 지인들이 새로 발령받아 간 부서 분들에게 내 친구, 후배, 선배님 잘 부탁드린다는 마음으로 떡을 선물한다. 여전히 떡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요즘에는 90년대생 2000천 대생들도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들이 온다. 맛있는 음료수, 과일, 에그타르트, 과자, 지나가다가 짜짜로니 빈 박스를 봤는데 저런 것들도 떡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다.


처음 발령받아 간 부서는 아주 서먹서먹하다. 그런데 아는 지인들이 떡과 먹을 것을 보내주면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절대 잊어버릴 수가 없다. 그 떡을 하나하나 나눠주며 인사를 하고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눠먹으며

서로를 기분 좋게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새해에도 인사이동이 있어고 떡 먹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누군가에게 떡을 선물하기 위해 주문을 하는 전화 목소리도 들린다. 인사시즌에는 그래서 간식을 아주 풍부하게 먹는다. 책상 위에는 형형색색 맛있고 예쁜 떡들이 도미노처럼 쌓여있고 바로 먹어야 하는 에그타르트들도 쉴 새 없이 들어와 간식계의 럭셔리한 시즌을 보낸다.


지인이 많거나 인기가 많은 분들은 떡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승진이라도 하면 미니

식물원을 만들 정도로 화분도 선물로 많이 온다. 먹을 것도 쉴세 없이 들어온다. 그만큼 자기도 많이 챙겼으니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나는 떡 말고 창의적이고 특별하고 맛있는 것으로 지인들에게 보내야겠다.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사람들이랑 친하게 재밌게 지내라고.


(그리고 나 어디 가면 그땐 네가 보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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