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때였는지 교회 친구들과 을지로입구역 노숙인 분들에게 빵을 나눠주었던 적이 있다. 을지로입구에는 밤이면 커다란 박스를 깔고 잠을 주무시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분은 아내인지 연인인지 두 분이서 잠을 자는 분도 있었는데 아주 깨끗해 보이셨던 기억이 있다.
알래스카에 동그란 이글루가 곳곳에 지어져 있는 것처럼 네모난 박스 텐트가 임시로 지어진다. 보이지 않게 정해진 공동체 안에 각자의 영역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이다.
현재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성북천을 따라 퇴근을 하면 중간쯤에 노숙인이 앉아계셨다. 연탄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한 것처럼 온몸이 까맿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빵과 음료수 등을 몇 번 사드렸다. 그분은 내 눈도 못 마주치고 네, 네 하며 낮은 자세가 몸에 베인 듯 약간 떨리듯 말하셨다.
몇 번 그분을 위해 옆에서 기도를 하였고 성경책을 선물로 주기로 했는데 그 후로 내가 약속을 잊어버렸고 그분이 성북천을 떠나셨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그분을 본 적이 있다.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말은 못 걸었다. 아침 출근길에 벤치에서 자고 있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 얼마의 돈이 있으면 옆에 두고 온 것 같기도 하다.
노숙인들의 샤워시설, 세탁시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분이 샤워와 깨끗한 옷을 입으면 얼마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으실지 상상만 해도 좋은데 인터넷 조회를 해보니 노숙인 복지시설이 서울시에 여러 장소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노숙인들을 발견하면 02-757-7598로 전화하면 상담이 가능할 것 같다.
겨울에는 노숙인 분들이 얼마나 힘들지 모르겠다. 따뜻한 집이 없으시니 몸 녹일 곳을 찾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실 것 같다. 서울시에서만 3478명의 노숙인이 있다고 한다.
어제는 아차산역에서 노숙인을 보았다. 나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지하철역 밖을 나가기가 싫었는데 그분은 갈 곳이 없어서 얼마나 힘들지 안타까웠다. 따뜻한 밥은 드셨는지 걱정이 되어 약간의 돈과 예수님 믿으세요라는 짧은 말씀을 드리고 돌아섰다. 그분은 눈도 마주치고 밝게 고맙다며 가셨다.
식당에 가셔서 식사는 하실 수 있으실지, 문전박대는 안 당하실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국물에 맛있는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다.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그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분들을 서로 돕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 진보와 보수는 원인을 다르게 본다. 진보는 시스템을 문제로 보고 보수는 시스템보다 개인을 문제로 본다. 나는 개인의 문제로 보는 입장이지만 시스템의 보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개인은 시스템을 통한 안전망이 갖춰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취약한 집단이 있다면 사회 시스템에서 포괄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계를 정하는 것은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복지의 완전한 균형을 잡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세금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이뤄가고 있고 그로 인해 튼튼한 복지국가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지 않은가?
왜 부의 격차가 있는지에 대해 김동호 목사님은 흐름을 위해서 라고 말씀하셨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듯이 피는 흘러야 생명이
살듯이 모든 격차는 살리는 흐름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있다.
플러스는 마이너스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도 플러스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복지주의 자본국가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둘의 원동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랑이 원자폭탄 같은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사랑,
내가 필요한 것을 받는 사랑,
사랑이 원동력이 되는 사회가 되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