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wanna build a snowman?

by 태리우스

오늘 눈이 포근포근 퐁퐁 왔다. 서울이 하얀색 솜사탕으로 푹신푹신하게 덮어졌다. 솜털들이 하늘에서 조용하게 내리는 모습이 편해 보였다. 눈이 내릴 때는 살짝 바람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바람 따라 눈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땅으로 착륙하기 때문이다. 투명인간이 옷을 입듯 바람은 오늘 눈으로 옷을 입었다.


포근하게 내리는 눈을 보며 편안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좋겠지만 거리두기 2.5단계로 커피숍은 갈 수도 없고 눈이 많이 와서 비상 2단계 근무가 발령되어 눈을 치우러 가야 했다. 그리고 2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야간 대기를 해야 한다.


오늘은 일에 집중이 안되고 너무 쉬고 싶었다. 5시쯤에는 정말 집에 가고 싶었는데 2단계가 발령되어 마음속으로 아~~~~~어떻게 버티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5시 40분쯤 제설작업 명령이 내려졌다.


옷을 챙겨 입고 장갑을 끼고 구청 밖을 나왔다. 눈 오면 원래 안 추운데 밖은 추웠다. 지하철을 타고 현장에 가니 스키장에 온 것처럼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어제 초코빙수를 먹었는데 눈이 깨끗하다면 빙수용 얼음으로 써도 될 만큼 풍성하게 내려서 기분이 좋았다. 눈이 따뜻하다면 포근한 이불이 되어 그 안에 푹 들어가 잠자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내가 바람 부는 기계를 어깨에 맸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 종일 힘이 없었는데 에너지가 넘쳤다. 국가대표가 훈련을 하는 것처럼 열심히 빠르게 걷고 제설 작업을 했다. 에너자이저 배터리 광고처럼 힘이 넘쳤다. 작업장소에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도착하고 복귀도 빨리했다.


옷도 땀으로 졌고 눈 때문에 패딩도 졌고 신발도 졌었다. 하루 종일 일을 제대로 못해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열정적으로 일을 해서 기분이 좋다.


하루 종일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면 제일 좋은 것은 저녁밥이 아주 맛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열심히 일하고 떡볶이를 먹었는데 진짜 내가 먹었던 떡볶이 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꿀맛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먹는 밥이 최고다!


눈길 만들기


작업장소에 가는 길에 넉까래를 밀면서 갔다. 내가 가는 길에 길이 생기고 스스로가 눈 치우는 차가 된 것처럼 불도저처럼 추진력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왜 갑자기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는지 모르겠다. 문득 내가 눈을 치운 길을 누군가 걸어갈 생각을 하니 내가 눈을 치우러 간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동을 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 걸까? 봉사활동을 해본 사람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훨씬 많은 것을 얻는 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이 섬김과 봉사, 헌신의 비밀인가?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힘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봐야겠다! 에너지가 넘치는 삶의 비밀을 밝혀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I HATE MO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