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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24. 2018

섭식장애 극복하기#7 요즘은 토 안해요?

섭식장애 유튜버로서 1년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식이장애 이야기를 하러 돌아온 솔입니다:)
'식이장애', '폭토' 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시간이 정말 정말 많이 줄었어요.
먹고 나서 "토해야지, 토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떠오르긴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말아요.
그래서 한동안 식이장애에 대해 나눌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인스타그램으로 한 구독자님께서



솔님, 요즘은 토 안하세요?


라는 질문을 보내주셨더라구요.


폭토 10년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많은 인터뷰 제의도 있었고 독립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 일본도 다녀오고 호주도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구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1년 사이 우르르 일어났습니다.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났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토를 하지 않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토를 했는 지 기억나지 않을만큼 까마득합니다. 토하고 싶다는 감정은 오늘도 느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어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구토"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제 곁에서 떠날 줄 모르던 그 친구가 드디어 제게서 등을 돌린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이 울고 많이 무너졌습니다. 식이장애가 사라지면 엄청나게 살이 찔거라는 두려움과 "식이장애"를 가진 - 이라는 타이틀을 잃어야 한다는 두려움 등 온갖 두려움에 시달렸어요. 누구는 그깟 폭토 때려치우면 그만이지 그게 왜 네 정체성과 연관이 있어? 라고 묻습니다.


폭토는 제 삶이자 친구이자 저 자신이었습니다.


지금도 구토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이건 병이자 나 자신입니다. 부정할 수 없어요.

이유도 원인도 다 잊은 채 당연하게 토하며 사는 삶,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지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차피 못 고칠텐데 그냥 이렇게 살다 죽으면 안되나?" 자포자기였습니다.

폭토를 해도 더 이상 체중이 줄지 않는데도 멈출 수 없었어요. 멈추면 체중이 오를테니까요.

내 인생이 비참하고 불행하다는 걸 보여줄 가장 큰 근거가 폭토, 식이장애였기에 더더욱 놓기가 힘들었어요.

폭토를 놓고 다시 한번 제대로 살아 볼 용기가 없었거든요.

이렇게 살다 죽으면 그게 다 내 업이겠지, 그런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폭토를 멈춘 지금,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저 역시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우울하고 깊은 나락으로 빠지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믿게 되었어요.

폭토를 극복했다는 사실이 제가 이 삶을 지속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원동력이 됩니다.

저를 통해 식이장애 극복에 도전하겠다는 분들을 만나며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폭토와 멀어지고 잘지내는 모습을:)

살이 쪘다 안쪘다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날은 엄청 뚱뚱해보이고 또 어떤날은 오히려 마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이건 그냥 "내 느낌"이구나.


"살찐 것 같아요, 살찌는 느낌이에요"


우리가 정말 많이 하는 말이죠.

우리는 "느낌"을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아주 큰 걸 놓치고 있습니다.

그 느낌에 우리가 너무 많은 걸 내어주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몸은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어느정도 유지하는 편입니다.

많이 먹은 날엔 당연히 몸이 무겁게 느껴질 수 밖에 없어요.

적게 먹은 날엔 몸이 가볍게 느껴지죠.

그래서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면 "내 몸"을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어떤 상태가 평균인지

평소의 내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면 하루 하루가 시험일입니다.

매일이 다르고 그래서 매일 힘겹습니다.


폭토를 멈추고 아직 한번도 몸무게를 재본 적은 없지만

많이 먹은 날은 몸이 무겁지만 며칠 지나고 원래 먹는 양을 유지하면

"무거운 느낌"이 사라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쫄쫄 굶은 날엔 몸이 가볍지만 생활에 무리가 생기고 몸이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결국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몸으로 돌아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늘 말씀드리는대로 우리의 몸은 바보가 아닙니다.

폭토는 저 자신이지만 제게는 폭토하지 않는 저도 있었습니다.

그걸 잊고 10년동안 폭토가 당연히 제 인생이라고 믿었습니다.

살다보면 친했던 친구와 자연스레 멀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달라지나요?

조금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살아갑니다. 살아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와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다시 살아갑니다.

폭토도 그렇습니다.

당장은 폭토밖에 없는 것 같지만

우리 인생에는 폭토말고도 우리 인생을 더 빛나게 해줄, 더 신나게 해줄 무언가가 가득합니다.


토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 여전히 폭토의 욕구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그 욕구를 이길 수 있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 요령이 모든 분들에게 적용되는 건 아닐테니 그저 참고로만 읽어주세요!


1. 토하고 싶다와 토해야한다는 다르다

음식을 먹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토하고 싶다"입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하고 싶다" 라는 부분입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변기로 향한다면 너무 깊게 혹은 오래 폭토와 함께 하신 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수록 객관화하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않아도 돼, 안할 수 있어, 왜 해야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물론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오글거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폭토와 대화해봅니다. 폭토 욕구와 마주하세요.

그 욕구를 당연하듯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나는 지금 토를 하고 싶은데 왜 하고 싶은 걸까? 꼭 해야하는 걸까? 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토하고 나면 내가 괜찮을까? 조금 더 기다려보면 안될까? 조금 더 기다려보자.



2. 다른 일에 집중한다.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폭토 욕구와 대화하는 방법 외에 그 욕구를 무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 제가 많이 하는 방법인데요.

좋아하는 영상을 보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하거나 친구와 통화를 합니다.

전 요새 해리포터에 빠져 있어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끼고 사는 편인데요 (ㅋㅋㅋ)

토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생각하다가 해리포터를 봅니다.

일하는 시간엔 업무에 집중을 합니다.

해야하는 업무 목록을 만들거나 지금까지 한 업무를 다시 한번 체크해요.

그렇게 다른 일에 몰두하다보면 자연스레 폭토 욕구가 사라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소화"라는 걸 하고 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쉬운 단계는 친구와 통화하는 건데요.

식이장애에 대해 이야기하지않아도 됩니다. 그냥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하며 30분이라도 걸어보세요.



3. 너무 힘들 땐 한다. 대신 

제가 자주 말씀드리는 부분인데요.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 잠을 못 잘 것 같다. 너무 괴롭다. 미칠 것 같다라는 감정에 휩싸이면 그냥 하세요.

요즘은 폭토 욕구를 이겨내는 힘이 세져서 이 방법은 잘 쓰지 않지만

부모님과 다투거나 엄청난 스트레스에 쌓여서 도저히 토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엔 했습니다.

대신 탓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중요해요!

탓하지 않고 자책하지 않고 자기 비하 하지 않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


한번 토하면 "아.. 결국 나는 ....토하고 살아야하나봐"라는 생각이 절로 들잖아요?

아닙니다.

몇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요.

우리는 토없이도 살 수 있고

토없이 살기도 했습니다.

몇번의 실수로 자신의 한계를 그어버리지 마세요.

저는 10년동안 무수히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늘 다시 일어섰습니다.

물론 포기하기도 햇죠.

하지만 여러분이 여러분의 삶을 찾으려는 순간,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

당당해지세요.




가끔은 혼란스럽습니다.

"아.. 이렇게 먹으면 토하고 싶을텐데, 분명 속 안좋아질텐데" 하며 스스로를 막아서는 제가 과연 옳은걸까.

이게 강박아닐까?

아직 저도 헤매는 중입니다.

강박과 조절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에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계속 오고 가려 해요.

아무래도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건 아직 어렵습니다.

대신 점심과 간단한 저녁만큼은 꼭 챙겨먹습니다.

점심은 진짜 일반식으로 꼭꼭 챙겨 먹구요.

저녁은 밤 중에 폭식하지 않도록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먹습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외식을 하기도 해요.

예전처럼 억지로 먹고 억지로 웃고 억지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척 하지 않습니다.


먹고 싶지 않을 땐 먹지 않고

먹고 싶을 땐 먹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더 집중할 뿐이죠 :)


여러분도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찾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편안한 상태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에요.

그리고 절대 지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내어주지않을거에요.



저 요즘은 토 안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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