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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ietto Aug 08. 2020

뻔하지 않은 하루의 감사 일기



 발상의 전환

 IMF라는 무시무시한 금융위기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다시 되살아난 기업 CEO의 성공 신화나, 대박 아이템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항상 등장하는 발상의 전환.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이 단어가 미치는 영향력은 사실 미비했다.

 하지만 매일 주어지는 오늘이 내일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부터 삶을 향유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제일 먼저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며 스스로를 갉아먹었던 생각.


'왜 하필이면 나야?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사는데 왜 난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한동안은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분노에서 공포, 좌절까지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총집합체를 다 겪었다.


 한 끗 차이의 생각이었지만 불러오는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럴 수 없다가 그럴 수 있다가 되니 그럴 수 있음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졌고 그동안 흘러갔던 많은 일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하늘이 내게 준 작은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의 경중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예후가 좋다는 갑상선암에 걸린 건 앞으로 내 소중한 몸을 잘 돌보라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21살 이후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지도 못했고 워낙 탄수화물을 좋아했던지라 밥 대신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들이 허다했었다. 거기에다 작은 체구에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하는 술자리는 또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내 몸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혹사를 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이만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라이프 패턴으로 계속 살았다면 더 감당하기 힘든 병마와 싸웠을지도 모른다.


 결혼 한 이후 자주 내뱉었던 말이 "불행하다"였다. 남들이 보기에 전혀 문제없는 나의 생활을 스스로 불행하다는 단어 안에 가두어 놓고 진짜 불행한 삶을 사는 여인네처럼 굴었다. 행복하려면 주말에 인스타용 카페에 가서 나도 남들처럼 시그니처 메뉴를 마시고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줄 알았다. 실제로 그러고나면 뭔가 주말을 알차게 보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었다. 한번 갔던 곳은 당체 흥미가 떨어져 괜찮은 식당이라도 꼭 신상을 찾아내야 했다. 남편이 기념일에 뭔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세상 무너진 것처럼 우울한 문장 가득한 일기를 써 내려갔었다. 돌이켜보니 스스로 불행 찾기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뻔한 하루에서 뻔하지 않은 행복을 찾는 노력이 시작됐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깊은 수면을 할 수 있었던 것에 행복해했고 오늘을 힘차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살아있다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은 내 삶 곳곳에 늘 있었고 다만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너무나 당연히 내 삶 속에 공기처럼 녹아들어 있어서 감사함을 잊고 살았나 보다.

 

 어쩌면 행복이란 단어의 뜻을 너무 크게 생각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나조차도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은 자주 느끼기도 힘들고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려웠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삶 곳곳에서 행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매일이 특별할 수 없듯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연습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을 느끼는 힘도 근육과 같아서 꾸준히 노력해서 길러야 한다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플레이리스트의 한 곡을 들었을 때, 비록 무알콜이지만 시원하게 살얼음 뜬 무알콜의 탁 쏘는 한 모금이 몸속으로 타고 들어가 온몸이 짜릿해질 때 나는 요즘 찐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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