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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ietto Aug 09. 2020

나는 럭키걸

운과 선생님과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의 환상적인 콜라보


" I'm a beautiful girl ♬~"


미녀는 괴로워 영화에서 김아중 배우가 불렀던 노래, 나는 이 멜로디에 다른 가사를 입혀 노래를 부른다.


"I'm a lucky girl ♪ Yeah ~"

주문 처럼 부르고 다녔던 나의 타이틀 곡. 언제부터인가 들이는 공에 비해 감사하게도 결과가 좋다고 느끼기 시작한 그 순간 부터 나는 스스로를 럭키걸이라 믿었다.



 젊은 나이에 갑상선 전절제와 주변 임파선 전이로 우측 임파선 청소술까지 수술을 받았지만 그래 뭐 이건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 또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으니깐 다가올 일에 신경 쓰기로 했다. (말은 이렇지만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진행이 많이 된 케이스라 수술로만은 치료를 할 수 없고 수술 후에 남아있는 미세 잔존암을 없애기 위해 추가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일반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항암치료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갑상선암은 항암치료 대신 갑상선 세포와 동일하게 갑상선암세포가 요오드를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한 치료를 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먹잇감 요오드가 들어간 방사성 요오드 알약을 한 알 섭취하면 암세포가 이걸 덥석 물게 되고 그 후는 불꽃처럼 빠바밤 하고 파괴된다.


 그런데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저요오드 식사를 보름간 해야 하고 두 번째로는 타이로젠 주사를 이틀에 걸쳐 두 번을 맞아야 한다.


 저요오드 식사는 힘들어도 알아서 잘 챙겨 먹었는데 문제는 타이로젠 주사 맞기였다.


 타이로젠 주사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주사를 맞을 당시만 해도 생애 최초 1번만 보험이 되는 주사로 그렇지 않을 경우 100만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의 주사라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학병원 외에서는 잘 놓아주지 않는다는 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근육 주사에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성질이 변해 보관에도 유의해야 하는 까다로운 주사약이라 그 병원에서 치료 중이 아니라면 당연히 반갑게 맞이할 대상은 아니었다. 주사를 맞으러 두 번씩이나 서울을 다녀오는 것도 체력적으로 힘들어 미니 보냉박스를 받아 들고 집 가까이에서 맞겠다고 했는데 선뜻 그 날이 다가오니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그때 하필이면 턱 아래 쪽이 볼거리 같이 부어올라 서울대학병원 갑상선센터에 전화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더 심해지면 당장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시고, 나는 또 수술 후에 뭐가 잘못되었나 걱정도 되고 초조했다. 안되겠다 싶어, 동네에 갑상선으로 꽤나 유명한 이비인후과를 찾아 내원했다. 다행히 침샘염이었고 간단하게 약 처방으로 해결이 되었다.


 '아! 여기다 한 번 부탁해볼까?'


진료를 보면서 갑상선 유두암으로 수술을 했고 그래서 걱정이 된다는 얘기를 미리 했었기에 사정을 설명하기가 더 쉬웠다. 할아버지 선생님은 흔쾌히 해주시겠다고 하시며 내일 주사기를 단디 챙겨 오라고 하신다.


'너무 다행이다.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네. 역시 나는 될 놈인가 보군.'


 그렇게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는 타이로젠 주사를 들고 동네 이비인후과를 이틀이나 방문했다. 수간호사 선생님께서는 걱정 말라며 궁둥이를 툭툭 때리시곤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주사를 놓아주셨다. 두 번의 타이로젠 주사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을 준비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쩜 그 시기에 딱 그 병원을 내원했는지 그리고 1과 할아버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지 참으로 신기한 우연이다. 그 우연이 나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었고 지금도 역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부른다 I'm a lucky gi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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