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지붕으로 흘러내린
투명한 달빛이
굴뚝으로 숨어든 어느 밤
화로 속 어둠을 응시하던 여자는
불꽃 너머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아이가 어둠을 쫒았다
어둠의 자락을 삼키며 몸집을 키운 아이는
날이 밝자 햇살에 녹아 스며들었다
빈 자리에 서있는 한 여인
여인의 구슬에서 어둠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어둠을 쫒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떼어낼 수 없는 아픔이었기에
손가락 사이로 쏟아지는 흑빛 구슬들
아픔은 까마귀가 되어 심장을 갉아먹었다.
도망칠 수 없는 여인은 아이에 불과했고
아이는 결국 한 여자였을 뿐이다
달빛이 구름이 되어 흐르는 밤
누군가 장작을 집어넣었다
화로에 지펴진 불은 다시 그림자를 태우고
아이는 다시 어둠을 쫒았다
여인은 다시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