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
3~4cm로 자른 무 한토막
멸치 한웅큼
다시마 1개
양파 1개
대파 2개
양념장
잘게 썬 고추
잘게 썬 대파
소고기 다시다 1꼬집
고춧가루 1스푼
간장 자박자박하게
엄마가 1주일간 안성에 있는 형의 집에 머문다고 한다. 1주일동안의 저녁식사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아빠는 국수를 참 좋아하신다. 그 중에서도 시원한 국물이 있는 멸치국수를 좋아하신다. 오늘은 장마철 한가운데 오토바이를 타고 일하시는 아버지에게 따뜻한 국물이 있는 국수를 해드리고 싶었다.
작년에 스테인리스 냄비의 우수성을 엄마에게 애기하고 쿠팡에서 세트로 구입한 냄비를 꺼냈다. 다른 냄비보다 깊이가 있는 것이 육수용으로 적합해 멸치국수를 만들때 항상 애용하는 냄비이다. 냄비에 물을 한가득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려 불을 켰다. 그 사이 냉장고 야채칸에 있는 양파와 대파 그리고 무를 꺼내 손질했다. 양파는 껍질채 쓰면 더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껍질을 아무리 씻어도 찝찝함이 느껴져 껍질은 제거하고 사용한다.
그리고 육수의 핵심인 기장멸치 한웅큼과 다시마를 넣어준다. 30분정도 보글보글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다른 조미료가 없어도 제법 괜찮은 육수가 된다.
육수가 끓는 동안 맑은 국물에 강렬한 감칠맛을 주기위한 양념장을 만들 준비를 한다. 고추와 대파를 잘게 썰고 다시다와 고춧가루 그리고 간장을 넘치지 않게 자박할 정도로 부어주고 모든 재료들을 섞는다.
마지막으로 국수를 삶고 그릇에 국수를 담고 육수를 부어준다. 톡톡 뿌려먹을 오뚜기 후추도 준비한다.
국수가 완성될즈음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에 오셨다. 아빠와 나는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내일 날씨가 어때?"
"점심은 먹었니?"
"내일도 일 나가니?"
나에게 먼저 물어보신다. 나는 항상 "응." 아니면 짧은 단답으로 대답한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아빠와 대화도 줄곧 나눴는데 언제부터인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성적, 취업, 진로에 관한 문제로 언제부터인가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누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면 아빠가 좋다라고 이야기 하던 나였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아빠에게 물었던 내가 이제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오늘 따라 아빠의 눈가와 어깨에서 삶의 고단함이 보인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날씨가 30도를 넘어가는 날에도,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속에서도 아빠는 언제나 밖으로 삶의 행군을 하셨다. 이제는 아빠의 고단함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그 힘듦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나의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마음이 국수를 통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약간의 씁쓸함이 있는 맑은 국물이지만 강렬한 양념장으로 씁쓸함을 없애고 감칠맛과 시원함이 조화를 이루는 멸치국수, 아빠에게 고단한 하루를 조금은 잊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국물이 정말 맛있네. 잘 먹었어. 고마워."
부족한 음식에도 잘먹었다고 말해주시는 아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