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rry Nov 14. 2020

아빠를 박물관에 전시하다

 

 

아빠 차를 부탁해 영상  

https://youtu.be/G2vKFo6JLc4


   


JTBC   보도 영상        

https://youtu.be/F2VotRohDq0



https://youtu.be/5y7AnSY3aiE






아빠를 박물관에 전시하다


당신의 향기를 계속 가지고 있고 싶어서

당신이 평소에 입었던 옷을 빨지 않고 상자에 소중히 넣어두었습니다.

7년이 지나니 더 이상 당신의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기타를 고치고 또 고치면서

당신이 잡았던 코드로 잡아보며 당신의 손길을 느끼려 했으나

이제 기타는 너무 낡아서 목이 부러져 회복불능 판정을 받고 거실 한편에 세워둡니다.      


당신이 쓰던 153 볼펜을 소중히 소중히 아껴가면서 쓰던 어느 날

결국 다 닳아 더 이상 써지질 않습니다.      


당신의 물건들이 하나씩 하나씩 내 곁을 떠납니다.


7년 동안 마치 당신 인양

마당 한편에서 우직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던

당신이 아끼던 차!      


당신의 손길이 없으니 시동도 걸리지 않고, 문도 잘 열리지 않지만

눈과 비를 맞으면서 가족을 지키던 당신 같은 차!     


아들이 크면 이 차를 고쳐서 아빠랑 함께 갔던 그 산으로 가자고 약속했지만,

이제 한쪽 타이어가 삭아서 내려앉았네요.      


당신 이대로 밖에 더 오래 서 있으면 더 상하겠어요.

자기 여기서 힘들게 서 있지 마요.      

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던 시간보다 더 길게 이제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게요.      

제주도로 그리고 크로아티아로 따뜻한 천국 같은 곳에서 편하게 기다려요.           


- 아라리오 뮤지엄, 『실연의 박물관』, 아르테, 2016, 37~39쪽.  -        


이 글은 아라리오 뮤지엄에 아빠 차를 기증하며 보낸 글입니다.




소설가 정이현

「아빠 차를 부탁해」를 배달하며…    


  지난봄, 제주에서 ‘실연’에 관한 전시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연’은 연애 혹은 사랑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전시한다는 것인지 잠시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실연에 관한 물건들, 82개를 모았다는 것입니다. 모두 일반인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실연에 관한 물품 82개가 아니라, 사랑과 이별에 관한 82명의 역사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 ‘실연의 박물관’ 전시의 사연들을 글로 묶은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글은, 아버지와 남편을 멀리 떠나보낸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책에는 하늘나라에 부치는 저 편지와 함께, 그 가족이 박물관에 보낸 아버지의 자동차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검고 단단하고 오래된 차의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렇군요, 실연이란 소중한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연의 박물관   소개

‘실연에 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크로아티아에서 시작되어 세계 22개국 35개 도시를 순회하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실연에 관한 박물관'이 2016년, 아시아 단독으로 제주에 찾아옵니다.

실연과 이별을 경험한 전 세계 사람들의 기증 물건과 다양한 사연이 더해져, 크고 작은 관계로부터 지치고 힘든 현대인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달합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전시명 : 실연에 관한 박물관

일시 : 2016.5.5 ~ 2016.9.25

장소 :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 모텔 II (제주시 산지로 23)



작가의 이전글 불순한 의도의 장기 기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