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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Dec 26. 2020

잘못 배송된 성탄 선물로 시작된 후원

아홉살은 산타가 있다고 믿을까?

아홉살 우리집 막내는 산타의 존재에 대해 80%정도는 가짜일거라고 생각하고 20%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는 것같다. (스물셋, 스물하나 형과 누나가 워낙 리얼하게 산타에게 받은 선물 스토리를 이야기해준 덕분에 아직도 기대를 한다.)

학교 친구들이 '산타는 엄마 아빠'라고 하더라는 말을 듣고 심하게 흔들리는 시기이다.


그러나 성탄절 전날 밤에 우리집 막내를 위한 선물이 배달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막내의 영어 이름도 써있다.


성탄절 아침 12월 내내 아침마다 하나 씩 열어서 조립한 레코 마지막을 열었다. 레고회사에서 하이라이트를 '아기예수님' 으로 할 것이라는 기대는 0.3% !! 역시 성탄절의 주인 자리를 산타할아버지가 뺏아갔다. 막내는 형과함께 산타를 조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트리 아래의 선물!!


막내는 진심으로 감동한다.

첫째 감동은 우리집에 정말 산타가 오셨다는 것!

두번째 감동은 그 선물이 평소에 갖고 싶었던 밸런스 보드라는 것!

세번째 감동은 그 산타 할아버지가 막내를 위한 영상편지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https://www.portablenorthpole.com/player-recipient?token=w2c5tzkslqdda-77b9db44bb2330ad&utm_campaign=share-r-FRCH12&utm_medium=email&utm_source=op

"안녕 솔 ~  요정이 순록에게 날 수 있는 건초를 주고 있어.  곧 세계로 갈거야. 한국으로 갈 수도 있단다. 얼음 궁전 갤러리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들 중에 여기 너의 사진이야 . 여덟살이지 학교도 가고, 네가 갖고 싶어하는 특별한 선물을 알고 있어.  선물 리스트에 너도 들어 있으면 좋겠다. 솔~메리 크리스마스"

 

솔이가 들은 단어는

" Hello Sol "

"Korea"

"8 years old" (솔이는 이 문장을 여덟살이 아니고 선물리스트 8번이라고 생각함. 한국나이로는 아홉살이니)

"go to school~ "   


미국에서 공부했던 첫째가 대략 해석하는 것을 듣더니 편지까지 받았으니 온 세상에 소문 내기 시작한다. 동네 동생 은섭이네 집에, 사촌동생 정우네 집에....


성탄절은 이 땅에 우릴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이니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해 마냥 기뻐하고 있는 막내랑 대화를 했다.


엄마 : "솔아 이 선물은 산타 협회에서 온 것은 맞아.

그런데 산타협회는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너무 가난해서 성탄절이 너무 힘들고 외로운 어린아이들을 찾아서 성탄절을 기쁘게 보내도록 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는 거야.

안그러면  '그린치'처럼 심장이 너무 작아져서 화가 나거나 너무 슬프게 될지 모르니까.

아무래도 산타협회에 우리 재산이 잘못 보고 된 것같아."


막내 : "아니야 엄마! 여기 선물에 이름도 내 이름이고 편지도 받았고, 선물도 내가 받고 싶은거니까 나한테 온게 맞아"


엄마 : "그래 솔이한테 온게 맞는데 솔이가 선물을 받았으니 아마 힘든 누군가는 선물을 못 받았겠지. 엄마는 솔이가 선물을 받아서 이렇게 기쁜 만큼 다른 아이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어"


막내 : "누구?"


나는 평소에 후원하던 '한국 컴패션' 싸이트를 열었다.  400일이 넘도록 후원을 기다리는 아이들 리스트를 쭉 ~ 살펴보면서 솔이는 누구에게 빵과 학용품을 보내주고 싶은지 물었다. 솔이가 선택한 아이는



이제 2020년 성탄절을 기점으로 막내도 후원에 동참한다.

막내의 후원금은  5,000원부터 시작이다. 나머지는 내가 보태기로 하고.

선물을 가져갈까봐 걱정한 막내는 선물 있던 자리에 고이 이 편지를 써놓고 무거운 밸런스보드를 굳이 방안에 넣고 잠이 들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이 편지를 못보고 선물을 반품해 가실까봐 걱정이 살짝 되는 모양이다.


내일 아침에는 미쿡에서 공부하고 온 형아에게 산타할아버지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막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보내주셔서 막내가 예수님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울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지켜 본 목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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