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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Oct 13. 2022

훈이 아부지

아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의 멋진 대처에 감사하며


훈이 첫 소풍 도시락은 훈이 아빠가 새벽부터 준비해주시고 출근하셨다. 훈이 엄마는 6개월 난 둘째를 돌보느라 낮에도 육아를 해야 하니 도시락 준비는 아빠 몫이다. 아침 일찍 등원한 훈이는 교실에 가서 소풍 준비를 마치고 마당에서 잠시 놀면서 버스 탈 준비를 한다. 큰 통나무 위에 조심스레 올라가 본다. 둥근 통나무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한발 한발 디뎌본다. 훈이를 사랑하는 포도 선생님이 훈이에게 미소로 응원한다. 여기까지 소풍날 아침의 행복한 그림이다.      


잠시 후 훈이는 통나무 위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고, 훈이 입에서는 피가 났다. 훈이는 울고 포도 선생님은 훈이를 안고 달려왔다. 앞 니 하나가 안으로 살짝 들어갔다. 이런...  바로 훈이 어머니께 연락드리고 치과로 달려간다. 훈이는 포도 선생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어느 병원이 좋을까 어린이 치과 병원이 좋을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시는 치과 원장님이 좋을까? 훈이 엄마의 선택에 맡기기로 한다. 훈이 엄마는 내가 추천한 아이들 마음을 잘 아시는 원장님네 치과를 선택하셨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훈이 엄마도 도착하셨다. 훈이는 엄마를 보고도 포도 선생님 품에 안겨있다. 병원이라 긴장이 되었는지 엄마와 눈으로만 인사를 하고 여전히 포도 선생님 품에 안겨있다. 훈이 이름이 불려지고 훈이는 포도 선생님과 치과의자에 앉았다.      


보통 아이들이 엄마를 보면 울면서 엄마품에 안기고 진료를 할 때 엄마품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진료가 힘든데, 훈이는 감사하게도 포도 선생님 품에서 의사 선생님께 입을 열어 보여준다. 평소에도 훈이는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을 한다. 네 살이라 다소 서툴지만 스스로 해내려고 무척 애를 쓰는 훈이였다. 오늘 훈이는 엄마 품이 아닌 ‘스스로 진료받기’를 선택한 것 같다.      


긴장한 탓도 있겠지만 훈이는 울지 않고 진료를 마쳤다. 결과는 앞니 하나가 부러졌다. 마치 6,7세 이갈이를 하듯 이 하나를 네 살에 빼는 것이 된 것이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고 다른 이도 괜찮았다. 의사 선생님은 소독을 하실 때도 아이들 언어로 검붉은 소독솜을 보여주며 초코 발라줄게 하시면서 소독해주셨다. 병원에서 그 이상 해줄 것은 딱히 없다고 하신다. 치간 사이를 유지해줄 장치를 해달라고 요청드렸으나 지금은 굳이 해줄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여섯 살에 앞니 빠진 것은 괜찮은데 네 살에 빠질 앞니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다.  

    

아들이 다친 것도 속상하셨을 텐데 훈이 엄마는 애써 포도 선생님과 나를 달래준다. 이제 훈이를 집으로 보내느냐 소풍을 가느냐 선택할 시간이다. 첫 소풍, 아빠의 도시락, 친구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니 이대로 집으로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소풍 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훈이 어머니는 “훈이에게 물어보고요”라고 하신다. 


'아차! 훈이 의견이 중요하지...  스스로 하려는 훈이의 의견은 너무 중요하지 암!! ' 


훈이 엄마의 양육 방식에 존경을 표한다. 대체로 다친 아이를 바로 보내시는 것은 부모님들이 하지 않는 선택인 것을 안다. 그리고 아이도 당연히 친구들과 선생님보다 엄마를 선택할 것을 알기에 나는 훈이의 선택을 패싱 한 것이다.

      

훈이 엄마가 훈이에게 물으셨다. 훈이의 선택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선택했다.      


스스로 하려는 훈이의 선택을 존중하여 우리는 소풍장소로 달려갔다. 가는 동안 사랑하는 선생님 품에 안겨 잠시 잠이 든 훈이를 보니 훈이 아부지가 떠오른다. 아들 장가보낼 때 이런 마음 일까 엄마품보다 사랑하는 아가씨 포도 선생님 품을 선택한 것..  하하하하      


안전하고 편한 엄마의 품을 떠나 신나고 재미난 사랑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선택한 훈이.

집에 있었다면 엄마도 아들도 아픈 이에 머물러 마음이 행복하지 않았을 터인데 당당하게 이겨내고 나가는 훈이.      


포도 선생님 품에 안겨 잠든 훈이 그리고 소풍장소에 도착해서 아빠 도시락 대신 죽을 들고 선생님과 걸어가는 훈이를 보니 훈이 아빠가 겹쳐 보인다. 아름다운 여인 훈이 엄마를 선택해서 결혼하고 한 가정을 꾸려 알콩달콩 스스로 잘 살아내는 훈이 아버지의 모습 말이다.  우리 아들도 훈이 아버지 같은 결혼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훈이 아부지표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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