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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Oct 17. 2022

ESG 경영을 열심히 실천하는 희수자연학교


희수자연학교는 울산에 있지만 1분만 가면 경주 땅을 밟을 정도로 외곽에 있습니다. 20년간 생태교육으로 운영하다 보니 인근 다른 도시에서도 교육 철학이 맞는 분들이 찾아서 오시는 곳이 되었습니다. 87명의 아이들을 위해 11분의 담임 선생님들 그리고 뒤에서 조용히 도우시는 9분의 선생님들이 함께 마음 맞춰 일하고 계십니다.      


 희수자연학교의 교육철학은 ‘하나님이 주신 자연 속에 건강하고 행복하고 풍요롭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선생님들이 근무하기 위해 찾아서 오시고 한번 입사하면 오래 근무하시다 보니 정교사 채용 공고를 몇 년에 한 번씩 낼 정도로 다들 오래 근무하십니다.      


생태계는 유기적입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연결된 다른 것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희수자연학교에서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이들의 몸의 건강만을 위한 차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식물을 농약과 비료를 쳐서 재배하면 땅은 황폐해지고 식물은 자생력을 잃게 됩니다. 모양 좋고 크게 키우기 위해 약을 치거나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유전자 변형식품은 어린아이들에게 어떤 유해한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는 채식인 소에게 혼합 사료를 줌으로 발생한 광우병이나,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것처럼 가볍게 여길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식재료뿐 아니라 운영 전반적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희수자연학교 가방은 석유를 원료로 한 것이 아닌 해운대 바다에 여름이 되면 펼쳐지는 다양한 회사의 면 파라솔을 시즌이 끝나면 세척하여 희수자연학교 가방으로 재탄생시킵니다. 또한 희수자연학교 벽면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황토벽돌과 라주어 페인팅으로 되어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할 때도 한식의 맛을 더 잘 느끼도록 스테인리스 식판 대신 도자기 그릇에 식사를 합니다. 87명이 사용한 도자기 그릇을 매일 세척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진 1 '해운대 바다 상점' 103페이지에 실린 희수자연학교 가방 이야기


‘행복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희수자연학교는 실내 실외공간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실내에서는 대근육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사다리와 3단 책상을 달팽이 끈으로 연결하여 건축물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든 발도르프 어린이집이 그렇듯이 교실 안의 놀잇감은 전부 천연소재로 된 것으로 채웠습니다. 전체 대지가 600평 정도 되니 아이들이 뛰어놀 마당도 제법 규모가 있으며 텃밭과 목공 작업을 위한 비닐하우스도 있습니다. 해가 잘 드는 쪽 동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른쪽에 흙산이 있습니다. 흙산에 삽으로 길을 파서 물을 부어 물길을 만들어 놀기도 합니다. 그 앞 트리하우스 아래에는 밧줄로 만든 그네가 있는데 오래 앉아 타면 엉덩이에 밧줄 자국이 남으니 조금씩 타고 양보하여 회전율이 좋습니다.  트리하우스에 올라가면 높은 뽕나무에 열린 오디를 바로 따먹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랍니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디를 따먹고 손과 얼굴에 검붉은 오디 물이 묻은 모습은 70년대 우리 모습 같기도 해서  너무 사랑스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마당에는 복숭아, 키위, 자두, 호두, 앵두, 벚나무, 뽕나무, 애기사과나무가 있어서 열매를 따먹기도 하고 소꿉놀이 재료도 풍성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현관 입구와 정문은 경사가 져있는데 이 경사를 이용해 타이어를 굴리거나 자동차를 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래놀이터에는 정수장 물을 정화하는 데 사용되는 특별한 모래를 넣었습니다. 아이들이 삽으로 아무리 파도 땅이 아닌 모래가 나오도록 70cm로 넉넉히 채웠습니다. 아이들은 충분한 깊이와 양의 모래에서 마치 백사장에 온 듯 마음껏 놉니다. 모래놀이터에는 2층 건물보다 큰 느티나무가 아이들에게 그늘을 줍니다. 그 느티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이들에게 그네도 타게 하고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튼튼합니다. 그 아래서 찌그러진 냄비와 프라이팬, 숟가락과 삽으로 엄청난 규모의 소꿉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학습으로 원형 탈모가 되어서 온 아이, 종이로 된 학습지를 거부하는 아이, 말 문을 닫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마음을 여는 것을 봅니다.


사진 2 동문 쪽 물레방아


사진 3 교실놀이

사진 4 정문 앞 모래놀이터와 아낌없이 주는 느티나무


‘풍요롭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희수자연학교에서는 만 3~5세 혼합연령 반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혼합연령 편성은 가정마다 한 자녀가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다른 연령과 함께 놀고 때로는 갈등을 겪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더 풍성한 관계를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부모님께서 고집이 세다고 걱정하던 다섯 살 아이는 언니 오빠의 사랑도 가득 받으면서 언니 오빠를 따르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얌전하기만 한 일곱 살은 동일연령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데 혼합연령 안에서는 어린 동생들에게 따뜻한 리더로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연령을 혼합할 뿐 아니라 장애아동과도 통합을 합니다. 누구도 장애를 가질 수 있으며 장애를 가진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어쩌면 우리 모두 한 영역 이상에서 장애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장애는 기피할 것이 아니라 삶의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다만 교육기관은 특별하고 다양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에게 교육적 필요를 최선을 다해 채워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비장애아동으로 입학한 후에 특수교육 대상자로 전환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아이들은 각자 그런 특별한 요구가 있습니다. 그것이 좀 더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교육기관이 다양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다각도로 세우고 있다면 우리 아이가 장애이건 비장애이건 주눅 들일도 딱히 당당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이상적인 것 같지만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기에 완전 통합의 꿈을 가져봅니다.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함께 사는 세상은 다양한 아이들을 다 품을 수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사진 5 층층나무와 뽕나무와 트리하우스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입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을 담보 잡혀 경쟁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좀 더 일찍 좀 더 많이 사교육을 접합니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말입니다.


유아기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시기입니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아이들이 태어난 결대로 자라도록 지켜봐 주고 격려해줘야 하는 시기입니다. 사교육 업체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다 한다’는 불안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쟁 통에도 놀이를 하는 게 아이들이고, 길을 잃어 울면서도 길가의 꽃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아이들입니다. 행복하게 놀아도 부족한 시기의 유아들에게 초등교육 과정을 끌어내려 선행학습을 시키면서 아이들을 위한다고 착각합니다. 유아들은 자립할 수 없는 시기이기에 자신을 돌봐 줄 어른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른들의 표정을 보고 그 어른이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면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공부해줍니다.


사진 6 희수마당에서 본 하늘


아이가 온 그 결대로 지켜주려면 성인인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를 깊이 고민하면서 섬세한 눈빛으로 아이를 찬찬히 바라보고 자기 빛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희수자연학교는 더 힘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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