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를 잘 찍는 편입니다.

관객은 1명

by 진희도

오늘도 운동을 나간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천변을 뛴다.

늦은 시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춥지 않다.
겨울인데도.
춥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금 지나, 뛰기 시작한다.

숨이 차오른다. 몸이 데워진다.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도 없다.


순간 등이 서늘해진다.
그래도 돌아가진 않는다.

지금 돌아가는 건 의문의 1패 같아서.


‘가다 보면 누군가 있겠지.’


머리는 나를 안심시키지만,
발걸음은 자꾸 빨라진다.


어제보다 두 시간 늦은 시간.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 밤이다.

끝까지 가면 댐이다.

고요하다.
평소라면 좋은 고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지금은,
누군가 있기를 바란다.

돌아오는 지점은
천변의 세 번째 다리.


약 500미터 남았다.


그때.

보였다.


시커먼 것.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시커먼 것은 점점 커진다.


사람이다.


남자.
키도 크고, 덩치도 있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썼다.


‘캄캄한 산속에서 만나면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라더니.’


그가 나를 덮칠 것만 같다.
그땐 어떻게 하지?
소리를 지를까.
도망칠까.


곧 깨닫는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한쪽은 물,
반대쪽은 허허벌판.


달려도,
소리쳐도
도와줄 사람도, 집도 없다.


이런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굴리는 사이,


열 발자국만 남았다.


그때,


그 남자가

모자 끈을 꽉 조인다.


양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장갑을 꺼내
양손에 낀다.


찬 바람이 스친다.


‘완전범죄를 준비하는 거야.’


온몸이 굳는다.
심장도 같이 굳는다.


지금 몸에 밴 축축함은
땀 때문이 아니다.


이제 코앞이다.
더 가까이.
더.
더.


그리고—


그는 그냥 지나갔다.
아무 일도 없이.


늘 그렇듯,


무서웠던 건
상황이 아니라
내 머릿속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스릴러 장르 연출에
특출 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관객이 늘 나 혼자라는 점이지만.


그래도 이 관객은


밤마다
표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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