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글귀를 기록합니다:)
고등학생은 많이 자요. 중학생들은 재우고 싶어요.
by 수학쌤.
참 고즈넉한 작년 하루.
노곤노곤한 교시인 5교시, 역시나 아이들의 머리는 꾸벅꾸벅 기운다.
하필이면 수학.
선명하고 명쾌한 초록색의 칠판에 새하얀 분필로 무언가가 적힌다.
다만 그것을 보는 아이들의 머릿속만큼은 명쾌하지 못한다.
따닥, 따닥 따닥.
이윽고 태블릿을 든 선생님은 무언가를 적으신다.
아이들은 티비를 보고 따라 적는다.
여느 중학교의 수업시간처럼 왁자지껄하고 난리가 나야 할 시간이건만,
아이들을 잠식해 버린 졸음이 모처럼 평화로운 날을 불러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는 퍽이나 좋고,
내리쬐는 햇볕은 꽤나 상쾌하며,
반쯤 열린 창문으론 달콤한 바람이 몰려온다.
느긋히 진도를 뺄 수 있는 여유를 느끼시던 선생님은 아이들을 쭉 둘러보신다.
수업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기에, 다시금 일어난 많은 뒤통수들이 선생님을 마주한다.
허나, 몇몇의 '시선을 끌던' 학생들은 곤히 잔다.
꾸벅꾸벅 졸며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과 달리,
엎드려 퍼지게 자는 이들을 보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예상외의 따뜻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있잖아요,"
깨어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선생님은 느긋히 웃으신다.
"제가 말했다시피 고등학교에 오래 있다가 중학교로 왔습니다."
끄덕끄덕.
진도 그만 나갈 거라 예상한 아이들이 펜을 놓는 소리가 들린다.
아랑곳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은 안경을 한번 치켜세우신다.
"고등학생들은 정말 많이 자거든요.
힘들고, 공부도 오래 하고 밤도 새우고 이러니까.
참 많이 자요. 그래서 깨우느라 힘들었어요. 애들이 자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 많이 했었어요."
선생님은 반을 쭉 둘러보신다.
요란하던 그 몇 명의 아이들은 아직도 푸우 푸우 깊은숨을 내쉰다.
간만에 조용하다.
"있잖아요,"
"고등학생들은 많이 자요. 그런데, 중학생들은 재우고 싶어요."
피식, 푸르릇.
작은 웃음소리가 반을 조용히 뒤섞는다.
마치 졸졸 흐르는 차가운 냇가의 조약돌들이 섞이는 것처럼.
파르르, 웃음소리마저 느긋하다.
조용했다.
평화로웠다, 잠들었기에.
어제 5교시인 중국어 시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아예 삭제되었다.
분명 운모의 발음을 열심히 따라 했건만, 나의 체력은 버텨주지 못했다.
요란히 졸며 몇 번이고 고개가 쏟아졌고,
내 몸짓에 내가 놀라 깨길 반복했다.
분명 열심히 깨어 있으려 노력했는데,
왜 수업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가.
둘러보았더니, 많은 아이들의 고개가 앞으로 푹 숙여져 있다.
건방지게 자는 것이 아닌 버티다 쓰러진 자세.
따뜻하고 노곤한 5교시였다.
어찌 참을 수 있으리라!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에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