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글귀를 기록합니다:)
아, 밖은 지금 추운가요?
by붕어빵 아저씨
평범한 겨울이었다.
늦은 밤, 역 근처 거리에 사람들은 헐레벌떡 어딘가로 향한다.
자신들만의 목적지로, 자신들만의 페이스로.
후후 몰아쉬는 날숨이 허옇게 얼어붙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매끈한 사람들의 볼은 불그스름하게 언다.
롱패딩과 올블랙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거리엔 즐비한다.
그토록 평범한 1월이다,
겨울이다.
사람이 가득한 곳을 빠져나와,
세 사람은 한적한 거리를 걸어간다.
엄마와 자식 둘.
아들 하나, 딸 하나.
역시 셋 다 까만 롱패딩이다.
그 세 사람의 뒷모습은 비슷해 겹쳐 보인다.
입에서 새어 나오는 세 갈래의 숨이 꼬리마냥 뒤로 길게 흩어진다.
"춥다."
"어. 그러네."
"추워."
"오늘 왜 이렇게 춥지."
바쁜 현대인인 그들 역시, 그렇게 셋이 밤에 걷는 건 참 오랜만이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거미줄처럼 퍼지는 겨울의 메마른 나뭇가지.
추운 공기를 유독 희멀겋게 만드는 가로등.
검은색 얼룩뿐인 사람들과 일행.
그토록 검던 그 겨울의 금요일 저녁, 노란 것이 눈에 띈다.
"붕어빵이다."
늘 같은 자리에 위치한 붕어빵차.
봄여름에는 꽁꽁 싸매다가 추워지면 역시나 나타난다.
정겨운 노란색의 외벽,
익숙한 글씨체로 적힌 '황금잉어빵'.
가까이로 다가간다,
그 안에서 역시 김이 나온다.
그러나 얼어붙은 숨보다는 훨 따뜻하다.
팥 먹을 거야, 슈 먹을 거야.
나 팥. 나도. 난 슈 먹을 건데. 근데 팥도 하나 먹고 싶은데.
여섯 개 살 거니까 잘 골라.
줏대 있게 살아, 그냥 슈 먹어. 그럴까.
사부작사부작 이야기하고 슬금슬금 카드를 꺼내 결제한다.
이윽고 세 사람 품으로 가게 될 따끈한 붕어빵들이 만들어진다.
"으, 추워."
"아, 밖은 지금 추운가요?"
붕어빵 아저씨의 말.
꽤 젊어 보이시는 분, 마스크 때문에 얼굴은 잘 안 보인다.
눈이 예쁜 호를 그리며 사람 좋은 눈웃음을 만들어 보인다.
그 앞 손님인 그 셋은 다 웃음을 터트린다.
아 그러네~
그러겠네 안에 계시니까.
감사합니다, 외치며 걸어간다, 따뜻하다.
베어문 붕어빵만큼 따스하던 그분의 미소처럼, 자연스러운 농담처럼.
그때 우리는 분명 이유가, 목적지가 있었다.
그때에는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지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의미 없다.
그날 겨울이 유난히 머릿속에 박혔다.
아직도 그분은 똑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계속하신다.
올 겨울은 한 번도 붕어빵을 못 먹었는데,
봄이 다가오면 다시 문을 닫을 텐데.
아직은, 아직은 추우니까 계속하시는 걸까.
3월이 반쯤 지났음에도 여전히 서늘한 깜깜한 밤, 집으로 향하던 지친 나는 그 앞에서 한 번이라도 웃는다.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에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