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으로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병력부족에 시달리며 입대 연령의 남성들을 강제로 입대시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SNS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입대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국가에서 경찰을 동원해 이런 일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큰 아이가 군 복무 중이라 그런지 이런 소식이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다.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붕괴와 민간인 피해의 처참한 광경은 지속적으로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보도되고 있다. 세계 어디선가에는 이런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국가에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태어나느냐는 각자의 운명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일이 아니라서 현재 진행 중인 지구촌 어딘가의 전쟁 이야기가 종종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시간에도 생과 사를 오가는 고통을 겪으며 무력 앞에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사실을 그냥 남의 일 보 듯 지나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태초부터 공정과 불공정이, 선과 악이, 행복과 불행이, 그리고 평화와 전쟁이 항상 공존하는 곳인 것 같다.
얼마 전 읽었던 서경식 작가의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책이 떠올랐다.
작가는 끊임없는 전쟁과 그로 인한 난민들 그리고 자국주의로 인한 혐오와 배척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 본인이 재일조선인으로, 양심수의 가족으로,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한 사람으로 정체성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세상의 주류들이 가지지 못하는 시선을 가지게 되고 세상일에 대한 비판의 사유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고 무고한 희생이 지속되며, 차별과 학대가 난무한 현실을 작가는 '반지성의 극치'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런 반지성의 극치인 다양한 사회문제를 작가로서 글을 통해 표현하여 공론화하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암울한 세상에서도 인간의 선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했던 작가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나는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세계 여기저기에서 하루하루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의 작은 조각이라도 제시하여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 그 자체에 절망하지 않기 위해. 그것이 나의 끝나지 않는 '인문기행'의 한 페이지다. 』 -저자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