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여름 이례적인 폭염의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어느 날 갑작스러운 선선함에 어색해하며 이제 가을인가 했더니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가을이 절정을 지나가고 있다.
단풍이 눈에 들어오면 가을 나들이 한번 가야겠다 생각하다가 떨어지는 잎사귀를 보며 짧은 가을을 아쉬워하는 일이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즐길만하면 후~욱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한해 한 해가 더해져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일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이 점점 줄어드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기억에 남길만한 일들이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인지하는 것 일 수도 있다.
요즘 들어 몸이 자주 아프고, 아픈 곳도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몸의 이상 반응에 민감해지게 된다.
요 며칠 꿈을 꾸는 건지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더니 지난밤에는 갑작스러운 빈맥 증상에 한참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종일 머리가 멍하고 순간적으로 기운이 쫙-악 빠지며 기억이 휘발되는 느낌을 받았다. 눈은 뜨고 있으나 순간의 기면증처럼 일시적 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퇴근길에 우연히 「인생은 가을과 같다. 짧지만 다채롭다 -자인 발로흐- 」라는 글귀가 읽혔다.
지금이 인생의 어디 즈음일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마지막에 다다라 삶을 돌이켜 보는 순간이 되었을 때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에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때에 강렬한 기억의 몇 가지가 그래도 우리의 인생을 빛나게 기억하게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