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일
주님, 제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면
믿음 속에서 묵묵히 짊어지게 해 주십시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주시어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게 하소서.
아이는 요즘 부쩍 예민해져 있다. 얼굴을 마주하기를 피하고 말수가 줄었으며 가끔 하는 말에 온갖 짜증이 묻어 있었다. 아이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의 걱정과 불안도 더해져 요 며칠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얼마 전 수능 전 마지막 10월 모의고사를 치렀다. 아이가 먼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기대에 많이 못 미치나 보다 하고 예상할 뿐이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아이가 용기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로 청한다. 아이가 좌절하고 포기할까 그게 제일 두렵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괜찮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고등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보내지 않은 아이지만 그래도 자꾸 욕심을 내게 된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어찌어찌 운이 좀 따라주면 올해 대학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지나친 욕심이고 허황된 꿈이라고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러다가 또 기적과 같은 은총을 내려달라고 주님께 청한다.
이런 기도를 하는 내가 참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보다 공정하실 것 같은 주님은 뭐라고 생각하실까. 오늘도 나는 주님 앞에서 마음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해 본다.
나는 나의 십자가가 참 버겁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 왔던 것 같다. 남편과의 갈등으로 수차례 마음이 무너졌고, 부모의 불화로 방황하는 아이로 인해 속 끓이며 살아왔다. 그럴 때면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 왜 우리 가족은 서로 상처를 주는 존재일까를 생각하며 세상의 모두를 원망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주님이 주신 나의 십자가와 그 이유를 또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분명 그 안에 주님의 뜻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겪는 시련과 아픔 그 안에는 주님이 하시려고 하는 뜻이, 주시려고 하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욕심과 고집과 불만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생각하며 묵묵히 견디어 나갈 때 분명 큰 사랑과 은총을 느끼게 될 것이라 믿는다
주님, 제가 저의 십자가를 사랑으로 껴안을 수 있게 해 주소서.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사랑을 배우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