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똑같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강이나 바다보다는 나무와 숲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피톤치드가 뿜어내는 좋은 기운이 내 폐 속까지 정화가 되는 듯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타박타박 걸으며 느끼는 숲 속의 공기와 녹색의 향연이 그간 쌓인 내 몸속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듯하니 말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 많은 곳은 평창이 아닐까? 사실 내 마음속으로 그렇게 정의는 하고 있었으나 그다지 기대는 없이 갔었던 여행지, 방아다리 약수터. 하지만 대반전이 있었던 것. 3월 말을 향해가는 지금이지만 운이 따라준다면 새하얀 눈꽃 밭을 거닐 수 있는 찬스가 주어지기도 한다는 사실, 그러니 방문 전 날씨 체크는 필수로 하시라!
봄에 만난 눈꽃세상
떠나기 전날까지도 체크했던 평창의 날씨.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내게 손짓을 했던 걸까? 방문이 예정되어 있던 날 새벽에 아름다운 눈이 내려주었고, 그 덕분에 방아다리 약수터에서는 겨울왕국 속 모습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거대한 전나무의 몸통을 툭툭 칠 때면 새하얀 눈꽃들이 그림처럼 마구 흩날리며 떨어지던 그 풍경이야말로 감동 그 자체!
방아다리 약수터는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북쪽으로 12km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가 꽤 깊은 곳인데 조선 시대부터 이미 이곳 약수터의 약수 물은 탄산, 철분 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무기질이 들어있다고 알려졌고 위장병, 빈혈, 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 해 전국에서 이 약수 물을 마시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던 곳이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섭취가 금지되어 있다.
약수터를 기점으로 주변에는 전나무, 잣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 박달나무, 주목나무 등 70여 종의 나무들이 가득히 자리를 메우고 있어서 산림욕 하기에 적격인 곳이기도 하다. 입구에서 약수터로 가는 1km의 구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전나무들이 양쪽 길가에 늘어서 있는데 그 풍경은 가히 낭만적이다.
방아다리 약수터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이 있다. 경상도 출신의 노인이 신병으로 고생을 하면서 전국 어디를 찾아가도 고칠 수가 없었는데 하루는 이 약수터 자리의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잤다고 한다.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지금 네가 누워 자고 있는 땅 밑을 파보라고 하곤 사라졌는데 지금의 약수터가 그 터라는 이야기! 거짓말처럼 그 물을 먹고 그는 원기가 소생하여 산신단을 모셔 크게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쌓인 눈에 햇살이 비쳐주는 타이밍에 이곳을 걸을 수 있어 몹시 행복했던 날. 사실 인생도 똑같지 않을까? 기대가 없다면 더욱 좋은 것일 테니 말이다. 조용히 꾹꾹 사뿐히 내려앉은 흰 눈을 지르밟고 걸어 내려오면서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