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과 붉은 육류의 진실
2015년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IARC가 발표한 “발암물질 목록”에서 1군 발암물질로 가공육, 그리고 2군 발암물질로 육류를 언급하며 학계와 언론의 엄청난 주목과 반발을 받고 큰 이슈를 남긴 바 있습니다. 과연 발암물질 목록이란 무엇이고 정말 우리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발암”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요. 꼭 의료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나를 지나치게 화나게 하거나, 내 마음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을 때 “고구마” 같이 답답하다는 뜻으로 발암이라는 말을 신조어로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드립은 우리 사회에서 쓰이지 말아야 할 반감적인 언어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WHO는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해 조직 산하에 “국제 암 연구기관(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즉 IARC를 통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연구하고 주의할 수 있도록 가시화 시켜둔 “발암물질 목록”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IARC의 분류 방식을 보면 암을 유발하는 정도, 즉 암 유발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섯 가지 그룹이 있는데요. 바로 1군, 2A군, 2B군, 3군, 4군입니다.
1군: 확정적인 발암물질(carcinogenic to humans)
2A군: 발암 추정물질(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
2B군: 발암 가능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3군: 발암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물질(carcinogenicity not classifiable)
4군: 암과 무관할 것으로 보는 물질(probably not carcinogenic)
WHO 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 테이블 중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오늘 우리는 그 중에서도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먹고 있을 법한 식재료 혹은 식품군에 대한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1군 확실한 발암물질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가공육(processed meats), 술(alcohol beverage: 에탄올)이 있고 2A군에는 튀김(frying), 적색육(red meats), 2B군에는 고사리(bracken fern)가 있습니다.
우리는 술의 위험성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고, “술은 살 안 찌지 않나요?”라는 포스팅에서 술의 해악에 대해 이미 공부했습니다. 튀김과 고사리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가공육과 적색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1군에 속해있는 '가공육'이란 무엇일까요?
가공육이란 맛을 향상시키거나 보존의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 염지, 염장, 훈제, 발효 등의 인위적인 가공법을 사용한 고기를 말하는데요. IARC의 22명의 연구자들이 대장암 연구를 비롯한 각종 연구 800개 이상을 살펴본 결과 가공육과 위암간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결정지었다고 합니다.
2A군에 속해있는 '적색육'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적색육이란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말고기, 염소고기 등 가공이 되어있지 않은 포유류의 붉은 고기를 말합니다. IARC의 연구자들이 대장암 연구를 비롯한 각종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붉은 육류와 췌장암, 그리고 전립선암에 “아마도(probably)”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발표가 있었을 당시 미국 등 해외의 일부 언론들은 심하게 반발 했는데요. 그 이유는 "담배나 술, 그리고 가공육과 적색육이 동급?" 다시 말해 같은 1군 발암물질, 혹은 발암을 가능케 하는 물질로 싸잡아서 취급을 받아도 되는 건지?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 기준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위험의 크기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각 식재료나 물질들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할 때 이것이 암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질적 연구를 통해서 상관관계를 밝힌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양적 연구를 통해 각 개체간의 위험수준이나 위험의 크기까지는 고려되지 않아서 목록을 보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IARC의 입장은 “우리는 위험 수준이 아닌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는데요.
IARC의 크리스토퍼 와일드 국장(Director of IARC Christopher Wild)은 “우리의 평가는 정부 혹은 국제기관들이 위험평가를 할 수 있도록 기준점을 제시해 주는 것이며 적색육과 가공육을 줄이고 가능한 최상의 식이요법을 할 수 있게 권장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하였다고 합니다. 애매합니다;
2012년 수행된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로 연간 3만 4천 명 이상의 암 사망자가 발생하지만, 직간접적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연간 100만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과음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6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고 하니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과연 흡연 및 음주와 가공육의 암 발생 위험도를 같은 수준인 1급 발암물질로 보는 것이 적절한 판단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T.H. CHAN 공중보건대학, 그리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는 가공육 섭취와 적색육 섭취는 암을 제외하고라도 만성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많기 때문에 섭취를 제한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의 연구에 따르면 가공육을 과도하게 섭취한 사망자는 한 해에만 64만 4천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특히 그들은 암이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등 그 외의 다양한 질환으로 사망하였다고 하니 근육을 키우려는 목적이든 다른 목적이든 어쨌든간에 가공육과 적색육만 가지고 편향되고 과도하게 섭취하는 식단은 지양하셔야 하겠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특히 심혈관질환은 한국인의 2대 사망원인이라고 하니 더욱더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정리하면 고기를 먹는 것에는 건강상의 이점이 분명하고 확실히 있기 때문에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다른 음식들 즉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과 함께 적절히 섭취하시는 것이 제일 합리적인 식습관이 될 것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는 식이요법을 고려할 때면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많이 보게 됩니다. 뉴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런 방법의 유행이 더 빠르고 많이 돌아옵니다만 결국 제일 정석은 근성장이나 다이어트 등 딱 하나의 목표만 추구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전반적인 식습관이 균형있고 올바르게 잡힐 수 있는 정석적이고 꾸준한 관심, 의학적 조언을 준수함과 더불어 내 몸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1. Ha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2015.11.3.). WHO report says eating processed meat is carcinogenicgenic: Understanding the findings.
2. 국가통계포털(2019발표). 2018 사망원인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