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서였을까
2023년 5월 21일 저녁 7시.
약 1년 전 그날, 남편의 심장이 멈췄다.
날짜도 어떻게 딱 부부의 날이었는지.
평소 질투가 엄청 많던 사람이라, 마치 자기 잊고 재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마냥... 하필 이날 죽었다. 참나.
지옥 같던 한 시간의 심폐소생술.
이미 심장박동이 멈춘 것을 모니터로 확인했지만, 의사와 간호사들은 내가 먼저 중단하기 전에는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라고 미친년처럼 울부짖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혹사시켰었다. 장장 한 시간 동안.
지금도 땀에 젖은 의사 가운과 간호사 가운이 기억에서 생생하다.
남편의 가슴은 이미 CPR기계에 수도 없이 찍혀 피멍이 든 채 위아래로 들썩이고 있었다. 더이상 남편과 의사와 간호사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남편이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았다. 드라마에서는 저러다가 콜록콜록 몇 번 하고 일어나던데.
어쩌면 내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그 실낱같은 희망이, 마음에서 내려놓아지지가 않았다.
의사는 계속해서 가망이 없다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며, 내게 중단을 요구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머리와 옷은 온통 땀에 젖어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그들의 얼굴, 온통 피멍이 든 남편의 몸. 한 시간째 일직선인 심장박동. 이제 나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결국, 심장박동이 중단되었다. 나는 거의 혼수상태였던지라, 누가 중단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의사에게 계속 선생님이 해달라고, 내 입으로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울부짖었었는데, 의사는 보호자가 중단해야 중단할 수 있다며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가 오고 갔던 기억만 있다.
그렇게 서른여섯, 젊디 젊은 남편의 영혼은 하늘나라로 떠나버렸고 병실에는 가슴팍에 피멍이 든 몸뚱아리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지고 말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본다.
그날 그 심폐소생술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우리 남편에게도,
죽어가는 아들을 붙잡고 오열하던 아버님께도,
사위를 못 보내 계속 얼굴을 만지던 우리 엄마에게도,
그건 참 못할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