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싶었던 길

by 한이루

수 많은 발걸음들이 각자의 정처를 떠돌아 다니는 듯 해 보여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그 삶을 향해 나아가는 구나 싶을때 나는 과연 어디로 가는가 싶었다. 결국엔 너도, 나도 한 생을 살아가는 것 뿐인데, 누군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삶인 것 만큼이나 무겁게 꾹꾹 눌러담아 썼다, 지웠다, 고민하다가 다시금 써내려가는 것을 선택한다.


나는 그 사람의 쓰는 모습을 보며 감탄과 경외심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애석했다. 나도 그럴 수 있을 만큼이나 열정이 많았는데, 현실의 무게는 내가 가고자 하는 이야기의 뻗음을 지워버리는 지우개 같았다. 내가 지운것이 아닌데 어느 곳의 한계가 지워버린다. 그 한계는 돈이라는 이름으로, 역할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에 녹아들어 있다. 다시 써내려가기 위해 그 한계 안에서 다른 길을 선택한다. 원치 않았지만 스스로 원했다고 착각했다. 전부가 아님에도 그것이 전부라고 환상을 만들었다.


차마 뒤돌아서서 내가 가지 못한 그길을 바라보는 것이 아쉬웠다. 이 한번뿐인 생에 아쉬움이라니, 절대 돌아보지 말아야지. 절대 돌아가지 말아야지. 전부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 눈을 가린채 내가 만든 전부를 향해 걸어갔다. 갈수록 몰려드는 공허감, 갈수록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는데 싶은 무엇인지 깨달음이 몰려올 때 아, 난 아쉬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게 아닌가. 어쩌면 난 후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은 아름답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다. 언젠가 하루가 지나는 것이 나의 당당한 삶의 증표가 되어주는 것을 느낄 새가 있었다. 가득 채워 시간을 아껴 쓰던 때. 시간이 없어 지금 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 시간이 안나 하고싶은 것, 해야할 것을 그때 그때 해나가던 때. 내일이 있으니까, 라는 말이 허용되지 않았던 때. 내일도 오늘만큼이나 시간이 없을 것을 알아차리던 때였다. 무엇을 그리 바쁘게 하고 있었을까, 무엇 때문에 그리 시간이 없었을까.


내 삶을 내가 써내려가고 있다고 믿었던 때. 누군가와 함께하는 그 순간도,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안 그 순간마저도 결국 내 스스로가 내 삶을 이끌고 있음을 느끼던 때였다. 결국,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은 어떤 한계를 파괴해버리는 그런 길일수도 있겠다. 그러니 지금처럼 다시 써내려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고, 가끔은 포기해버리고 싶을 만큼 고된걸 보니, 누구를 위한 길을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태어난 것일까'란 질문은 그 무엇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보는것에 괴로움을 느끼게 하고, 우리네 삶에 질문을 던지게 함으로써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버리곤 한다.


그것을 깨고 다시 숨을 쉴 수 있을때, 그때의 난 어떤 모습일까란 질문으로 바뀌고 그 답은 결국 실천으로 돌아오게 한다.


어쩌면 살아보려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길이다. 결국 내가 가고 싶은길은 살아있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길. 똑같은 하루, 똑같은 인간의 모습은 '무엇을 위해 태어난 것일까'란 질문에 공허만을 낳는다. 나는 결국 그 한계를 깨부수는 여정속에 존재할 수 있는 길.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은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한 방향이었고, 답을 찾고자 함에 선택하는 길이었다. 두려움을 이길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길. 용기를 낼 수 있는 대답이 기다리는 길 말이다.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공허를 깨부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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