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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Sep 08. 2023

안녕하세요, 저는 초보 운전자입니다.

운전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

 




얼마 전, <마침내 운전> 책의 저자인 신예희 작가님의 북 토크를 다녀왔다. 북 토크는 작가와 참여자의 상호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발언할 차례가 오자 나는 당황했다. 운전이라는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너무 없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운전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았던’ 나는 너무 많은 말을 털어놓지 않으려 자제하였다. 또 나의 넘쳐나는 울분을 과격하게 터뜨리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면서 운전과 관련된 내 얘기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차분하며 평범한 초보 운전자로서 말하려고 노력했던 북 토크의 시간 뒤에 나는 깨닫고야 말았다. 일단 나는 차분하며 평범하기까지 한 초보 운전자가 못 된다고. 왜냐, 나는 운전에 대한 감정과 생각들이 많이 쌓여 슬프고 화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더 많았고, 그래서 이것들을 어디에다 풀어놓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생각했던 건 말하기였다. 쉽게 말하면 수다이다. 하지만, 운전 낙오자의 심정에 대해 온전히 공감해 줄 수 있는 이들은 놀랍게도 주위에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사실 놀라울 일도 아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초보의 과정에서 통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아예 운전 자체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나처럼 초보에 머무르는 상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나는 내 얘기를 털어놓을수록 더욱더 고립감에 쓸쓸해졌다. 더, 나와 같은 왕초보 운전자는 없을까.



다음으로 생각했던 건 글쓰기였다. 글로는 내 심정을 좀 더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미 그 북 토크 이전에 내 복장 터지는 심정을 일기처럼 줄줄줄 써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나아가 내 글을 어딘가에 공개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일종의 내게 ‘자조 집단’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아니면 흡사 스스로 모임이라도 하나 개설해야 할 것 같았다. ‘운전이 두려운 사람들의 모임’, ‘운전에 실패한 사람들의 모임’, ‘운전 극 초보자들의 모임’ 등등. 모임 이름은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 글이 이런 모임의 시초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단 글을 계속 쓰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지속적으로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잘 쓰는 건 더 그렇고. 일기처럼 써 내려온 글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글을 쓰는 것도 운전처럼 초보 시절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더니 모든 새롭게 시작하는 건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글쓰기의 어려움보다 운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은 내면의 욕구가 더욱 강했다! (느낌표가 필요한 순간) 결국 그 욕구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고 왔다.



글을 쓰는 나의 심정은, 마치 장작을 산더미처럼 모아 놓고 거기에 불을 피워 태워버리는 것과 같았다. 나는 더 활활 단숨에 장작이 타버리기를 바랐다.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정이 흡사 그러할까? 나는 내 안에 모든 복잡한 것들이 그저 한 번에 파괴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조급한 내 속과 달리 장작과 불꽃은 그저 우리들이 알아서 하겠다며, 자기들만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타들어 갈 뿐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앞에 앉아 장작을 올려놓으며 상념에 잠겼다. 장작들은 마치 타이핑 소리처럼 타...닥......타.............다닥....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들어 갔다.



일단 장작이 제법 쌓여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 다 타버려서 재만 남는 그날을 기다리며 일단 묵묵히 내 얘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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