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나 Sep 13. 2023

자동차 운전 대신, 자전거 운전하기

남편과의 운전 연습을 '슬슬' 시작하다





처음 운전 연수를 받을 당시 집에는 차가 한 대였다. 그래서 남편이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하면, 남편이 일하는 동안 나는 그 차로 운전 연수를 받곤 했다. 연수가 끝나고도 그런 방식으로 내가 차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물론 충분히 연습한 후에.



시간이 되면 남편과 함께 운전 연습을 나가곤 했다. 강사님과의 첫 번째 운전 연수와 마찬가지로 '슬슬' 연습해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남편은 온화한 태도로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아, 지금 차가 급가속해서 사고가 날 뻔했는데 혹시 알고 있니?” 라든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으려고 잠시 멈춰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액셀을 밟았을 때였다. 구사일생으로 남편이 기어를 P로 바꿔놓은 상태여서 사고가 나지 않았다.)



“○○아, 지금 사이드미러가 전봇대에 부딪칠 뻔했는데, 혹시 몰랐니?” 와 같은 말을 남편은 몹시 침착하고 다정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앞만 보고 갈 때여서 당연히 옆은 못 봤다.)



항상 내 대답은 비슷했다.

"응, 몰랐어." 또는 "언제???"와 같은 말들이었다.


이런 말들을 주고받다 보면 나른한 오후의 시간들조차 갑자기 어떤 사건의 전조처럼 긴장감을 품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다정한 말 끝에는 약간의 발끈함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미묘한 발끈함은 나의 착각이겠거니 혹은 남편이 놀라서 그랬겠거니 하고 넘길 수 있을만한 수준이었다.

 


남편과 충분히 연습을 한 뒤, 혼자 차를 운전할 예정이었으나, 남편과의 연습도 '충분히' 할 수 없었다. 남편과의 연습이 서너 번에 그친 이유는 순전히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즉, 평일 낮에 일을 해야 하는 남편과 운전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를 혼자 둘 수도 없었고,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을 연습한다는 것은 더더욱이나 말이 안 됐다.

남편은 이제 어쩔 수 없으니 혼자 운선 연습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별이 다섯 개 정도 그려진 것처럼 강조했다.



그런데 그때 하필 코로나가 한국을 강타했다. 초반엔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을 시기였으므로, 남편은 안전을 위해 회사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원래대로 차를 끌고 출근하기로 했다. 그렇게 연습할 차가 없어지게 되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아이가 입학한 유치원은 휴원을 하게 되어 갑자기 아이를 가정보육 하며 혼이 쏙 빠지는 상황이 되었다.

차를 몰고 어디로 갈 수조차 없이 모두모두 외출을 자제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 홀로 운전 연습을 할 기회를 떠나보냈다.



어쩐지 나는 조금은 안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운전이 자신 없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그런 것들을 회피하고 싶었고, 어쩔 수 없이 연습할 기회가 없었다고 변명하고만 싶었다. 어쩌면 '슬슬' 다시 운전을 시도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한 발 정도 뒷걸음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도망쳤다는 것에 대해서도 도망가버렸다.



조금은 황당하게도 대신 자전거를 샀다. 초등학교 때 자전거를 배운 이래로 다시 처음 자전거를 타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걸 꿩 대신 닭, 아니 자동차 대신 자전거 운전하기 인가? 어쨌든, 이것도 운전 연습일까?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자전거를 운전하는 것이 아주 조금은 관련 있지 않을까? 그 관련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나는 그저 자전거라도 다시 능숙하게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하기로 했다.



당시 내가 자전거를 타던 자전거 도로에는 시속 20KM의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 표지판을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마치 표지판이 내 느릿함을 허용해 주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로 간다는 목적도 없이, 느긋하게 자전거를 탈 뿐이었다. 자전거 도로 옆으로 그저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전 04화 첫 번째 운전 연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