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예요.

by michaela

봄볕은 따사롭고

훈훈한 바람에 꽃비가 흩날리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서는 연둣빛 잎이 돋아나는

4월.


학생들은

낮인지 밤인지 구분도 안 되는 창문 없는 학원에서

하루 종일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독서실에서

외우고 또 외우고, 풀고 또 풀며

중간고사를 준비한다.


등원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며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말한다.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잖아.

너 하루에 총 몇 시간 공부하냐?

반나절 정도 공원에서 햇볕도 좀 쬐고

꽃비도 맞으면 좀 좋아?

한결 숨통이 트이지 않겠어?"


"아~~ 몰라요.

공부하기 싫어 죽겠어요."

하며 아이가 내 책상 위에 쓰러진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수험생일 때 그랬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봄 벚꽃도, 여름 바다도, 가을 단풍도, 겨울 눈꽃도...

즐길 수가 없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많은 것들이

그저 나를 괴롭게 만드는 존재들일 뿐이었다.


승자독식의 사회구조 안에서

불안에 떠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나는

이번에 받은 중간고사 성적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건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가 맞은 등급이

너희들의 가치와 서열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그래서

엎어져 자는 아이를 보며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니까...'

몰입해서 공부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저렇게 열심히 한 아이들이 좋은 열매를 가져가는 게 당연하지...'

섣부른 판단을 내리려는 나 자신과 싸움한다.


다만,

어제는 몰랐던 걸 내일은 알게 하는

오늘 하루 자신의 고군분투

어제는 안 되던 것을 내일은 되게 만드는

오늘 하루 성장의 노력은

중요하다고 전할 것이다.


나는 그 중요성을

"졸업하면, 여기 다시는 안 올거예요." 라며

3년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등원했던 D를 통해,

그렇게 공부할 거면 다 때려치우라는 부모님과 싸우면서도

오기 싫은 학원에 등원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간 아이들을 통해

배웠다.


그러니 일단 어른들은

아이들의 고군분투와 노력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올해 대학생이 된 D는 지금쯤

이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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