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님, 저는 내년에 스무 살이 돼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요.

by michaela

수학시험을 잘 보기 위해 아이는

인강 듣기, 개념 설명하기, 토론하며 문제풀기, 교재 반복해서 풀기, 틀린문제 다시 풀기, 시험처럼 연습하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5등급을 받았다.


3년 전, 자기는 열심히 해도 공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온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아이는 이제 훌쩍 커서

“다들 열심히 하잖아요. 원래 잘하는 애들은 잘 봤어요.”

하고 이야기했다.


자기 공부의 주인이 되어 성실하게 과정을 쌓아 올린 아이는

실수를 했다는 둥, 문제가 어려웠다는 둥…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K야, 5등급 1등이네. 찍은 거 한 개만 더 맞았어도 4등급인데 아깝다.

우리의 운빨이 영어등급 올리는 데 쏠렸나봐…

기말고사는 이판사판야.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맘 편하게 보면 4는 확보!!!”

너스레는 오히려 나의 몫이었다.


풀이 죽은 아이에게 힘을 주고 싶었던 나는

그동안 귀에 못이 닳도록 했던 말들을 되풀이했다.


“K야, 너 정말 잘 컸어. 고등학교 3년을 너처럼 보냈으면 이미 성공한 거야.

인성 훌륭하지, 메타인지 가능하지, 좋은 습관 실천하지, 공부도 더 잘 해졌잖아.

너 앞으로도 여기서 보낸 것처럼 살면, 뭘 해도 잘할테니까 걱정마. 내가 보증설게!!!


너 생각해봐라. 매니저처럼 대학 졸업한 지 한참 지난 후에도 ‘내가 어디 대학 나왔네’ 자랑하는 거 꼰대 아니냐?

내가 여행하면서 외국 친구들 만날 때마다 느낀건데… ‘인서울?’ 알게 뭐냐. 그냥 ‘michaela’라는 사람 그 자체만 남는 거야.

그리고 70살 은퇴해서 ‘내가 왕년에~~’하면 누가 거들떠나 보니?”


열변을 토하는 나를 보며 아이가 ‘픽’ 웃으며 한마디 했다.

“매니저님, 저 내년에 스무 살 돼요. 나중에는 그렇더라도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요.”


“앗! 미안… 스무 살에서 플러스 20년 되는 게 순간이라는 걸 경험한 이 늙은이가 그 마음을 벌써 잊었네.”


둘이 하하하 같이 웃고는 기말고사 계획을 세웠다.




나도 그랬다. 스무 살의 나도 많은 꿈을 꿨었다.

교사가 될 거야, 살을 뺄 거야, 멋진 남자친구를 만날 거야, 전원주택을 살 거야…

스무 살에서 스무 살을 더 사는 동안

내가 절박하게 꾸던 많은 꿈들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가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며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K야, 지금 네가 꾸는 꿈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얘기해서 미안해. 우리 같이 맘껏 꿈꾸자.

그러나 모든 꿈을 다 이루지 못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알고 꿈을 꾸자.

네가 못 이룬 꿈에서 교훈을 얻으며 더 많은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지금의 네 모습 안에, 행복하고 지혜로운 어른의 모습이 이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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