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는 친구와 유쾌하게 밥을 먹으라고 조언합니다.

by michaela

고등학교 2학년 A가 등원을 하자마자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희 학교 1학년 애들 미친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 장난치는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대요.

그래 놓고는 자기들이 잘못한 걸 인정도 안 한대요.

아~ 짜증나. 쓰레기 같아!!!

쌤들도 괜히 저희들한테까지 뭐라 하고,

걔네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본다니까..

점심 먹는 것도 1학년 애들이 너무 늦게 먹어서

저희가 한참을 기다려야 해요."


자기네 학교 후배들을 한참 욕하던 A는

학습실에 들어가서도 집중을 하지 못했다.

공부를 하는 건지, 조는 건지 모르게

책상 칸막이에 머리를 기댄 채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나의 이야기마저 잔소리로 들릴 테니,

대화는 A의 뾰족한 마음이 조금 더 둥글해진 후에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음이 여린 A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처음 만났을 때,

A는 공부 이야기만 꺼내도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다.

2학기 시험을 치를 때는, 평소에 쉽게 풀던 문제들마저 어이없게 틀려온 A의 시험지를 마주하며 함께 속상해했다.


그래도 A는 1학년 겨울방학을 열심히 보냈다.

진득하게 앉아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고,

포기자가 속출하는 '수1' 과목도 인강 듣고 문제 풀며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선택한 '정치와 법'은 어렵다면서도 2단원까지 두 번이나 반복해서 공부했다.


멘탈이 많이 강해진 것 같다던 A가 개학을 하자마자 또 눈물을 흘렸다.

"정법 쌤이 발표를 시킨대요. 저 정말 발표 못해요.

PPT도 만들라는데,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하기 싫어요.”

“이번에 만들어 보자. 저기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려 있어.

이것저것 클릭해 보면서 만들다가, 어려운 게 있으면 물어봐.”


며칠 후, A가 발표준비 안내문을 내밀었다.

내가 보기엔 이렇게 저렇게 준비하면 되겠다 싶은 세심한 내용들이

A에겐 더욱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잘하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 있는 만큼만 부딪쳐 보자는 설득에도

A는 결국 선택과목을 바꿨다.


A는 앞으로도 두려운 몇 가지 일을 피하거나 포기할 테고

피할 수 없는 몇 가지 일을 이겨내며 성장할 것이다.




1학년 아이들을 거칠게 비난했던 A가 주말에 등원해서 불렀다.

“A야, 컨디션 어때?”

“그저 그래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닐 거야. 다음에 할까?”

“괜찮아요.”

“들으면서 내가 오해했거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있으면 얘기해줘.”

“네..”


“힘들지? 시험기간인데, 아파서 병원 가느라 이틀이나 공부 못 한 것도 속상하고..

그래서 그런가, 집중도도 떨어지고..”

“네..”


“매니저가 시험기간에 유독 힘들어하던 네 모습,

겨울방학 성실하게 보낸 모습,

선택과목 변경하던 과정까지 옆에서 지켜봤잖아.

너를 무턱대고 비난했던 적이 없지?


그런데 며칠 전, 1학년 아이들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을 때는 걱정스럽더라.

물론, 그 아이들이 잘했다는 게 아니야.

네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무조건 순응하라는 것도 아니야.

다만,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고 내용도 자세히 모르는데

부정적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는 너를 보니까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불만을 위한 불만을 토해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힘들거나 짜증 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왜 그런지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

공부를 하다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생기면

여기에 책이나 프린트를 올려두고

이 부분이 어렵다고 구체적으로 소통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공부를 못 하는 건 괜찮은데,

부정적인 감정을 앞세워서 너를 대면하는 사람을 밀어내느라

정작 필요한 도움도 못 받으면 아깝잖아.

사실, 그런 태도가 공부에도 얼마나 방해되는데..


친구 만나서 저녁 먹는다고 그랬지?

너희들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잖아.

이런 때일수록 신세 한탄하고, 불평불만 늘어놓으면서 불안을 증폭시키지는 말자.

맛있는 거 먹으면서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해봐.”


A에게 나의 진심이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쓴소리를 꼭꼭 씹어 소화하며 잘 성장한 졸업생들 같기를..

A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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