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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Mar 31. 2022

살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멘토 모리

3월의 마지막 주말, 통영국제음악제에 다녀왔다.


금요일에는 거센 비바람이 불고

토요일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벚꽃

때에 따라 비취색으로, 파란색으로, 반짝임으로 아름다운 바다

맑은 바람에 따뜻한 봄볕


'오월' 셰프님의 맛있고 푸짐한 음식

지금이 제철이라는 진한 국물의 도다리쑥국

보기에도 예쁜 '화소반'카페의 음료


통영은 거짓말처럼 아름다웠다.


클래식 음악은 잘 모르지만

브람스 현악사중주 1번 c단조의

마지막 악장에서 전해지던 격정이 아직 생생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주된 젊은 작곡가의 음악은

다양한 타악기 소리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일요일 저녁에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2번 d장조의 3악장은

해학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는데,

난 왜 그 부분을 들으면서

아름답고 행복해서 눈물이 났는지..


음악제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트룰스 뫼르크’라는 첼리스트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줘서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연주자를 보며

존경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다음 .

행복했던 봄날의 흥분이 가라앉지 앉은 채,

커피를 사들고 신나게 출근하는 길이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오른편에서 ‘퍽’ 소리가 나서 돌아봤다.


배달 오토바이와 경차가 충돌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멧이 저만치 날아가 있었고

엔진이 꺼지지 않은 오토바이의 바퀴가 헛돌았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를 키우고 있을 듯한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급히 구조 요청을 했고

길 가던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남자가

곁에서 주변 상황을 보며 도와주려 애썼고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몇 명 내려서 보고

자신들이 할 일이 없음을 확인한 후 다시 배달을 하러 출발했다.


시내 중심가라서

경찰차 2대가 바로 와 교통 안내를 했고

곧 119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쓰러진 운전자가 처음에는 약간의 움직임을 보였던 것도 같은데

경찰과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움직임이 없었던 것 같고

파란색 비닐옷을 입고 어떤 장비를 꺼내는 구급대원을 보며


눈물이 흐르고 무서워서 돌아섰다.

덜덜덜 떨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주기도문과 주모송을 외우는 것 뿐이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 위키백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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