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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May 22. 2017

『동급생』을 읽고 독일 서남부 지역이 너무 궁금해졌다.

독일의 서남부 지역을 여행지로 정한 건,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의 우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소설 『동급생』 때문이었다.      


소설에서 열여섯 살 소년 한스는 자신의 반에 전학 온 콘라딘의 우아함에 매료되어 그와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망과 위대한 시인이 되리라는 꿈을 막연히 품고 있던 한스였다. 당당한 자세, 예의 바름, 우아함, 잘생긴 용모를 지닌 호엔펠스 성의 귀족 소년 콘라딘은 한스에게 우정의 이상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였던 거다.     


소년다운 유치함 내지 순수함을 가진 한스는 그리스시대 동전 몇 개를 가지고 콘라딘의 관심을 끌고, 둘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두 소년은 완만하고 평온하고 푸르른 슈바벤 언덕, 검은 숲, 라인 강 계곡과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이 바라보이는 산꼭대기, 튀빙겐을 다니며 우정을 나눴다.     


두 소년의 평화로운 마법 영역 바깥에서는 나치와 공산주의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둘은 종교, 책과 시, 예술, 세속적인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눴다.     


콘라딘이 한스의 집에 처음으로 놀러갔던 날, 아버지는 중산층 의사로서 귀족 가문의 자제인 콘라딘을 너무 깍듯이 대하는 바람에 아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스를 배려하는 콘라딘의 행동과 점차 콘라딘을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대하는 아버지의 행동을 통해 둘은 우정을 이어간다.      


콘라딘은 한스의 집에 드나든 이후에도 한스를 자신의 집에 들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출타했을 때만 한스를 자신의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이러한 사실을 문제삼는 한스에게 콘라딘은 말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유대인을 혐오한다고.     


이후로도 둘은 이전처럼 만났지만, 자신들의 우정과 어린 시절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치의 폭풍이 평화로웠던 이 도시에도 몰아쳤다.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불가지론자에 가까우며 시온주의를 혐오했지만, 유대인 혈통임을 부인할 수 없던 한스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홀로 미국으로 보냈다.      


한스의 부모님은 나치의 박해가 심해지던 가운 가스를 틀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한스는 미국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성장하였다.


부모님이 떠난 이 독일어로 되어 있는 책이나 독일인과의 만남을 피하던 한스에게 어느 날 자신이 다디던 학교로부터 호소문과 인명부가 도착한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산화한 동창들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에 기부해 달라는 호소문이 조그만 인명부와 함께 도착한 거다. 한스가 인명부의 H로 시작되는 페이지에서 콘라딘의 이름을 발견하며 소설은 끝난다.


나는 조그만 인명부를 집어 들고 막 찢어 버리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을 멈췄다. 그런 다음 마음을 굳게 먹고 떨면서 H로 시작되는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폰 호엔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     
                                                                                                               - 프레드 울만, 『동급생』, 끝.


마지막 한 줄의 울림이 너무도 큰 소설이었다. 마지막 한 줄을 부여잡고 소설을 다시 읽었다.

아름다운 독일 서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내가 그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우정을 쌓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계속 뇌리에 남았다. 이들 우정의 바탕에 깔린 문화·예술적 토양, 사춘기 소년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이 두고두고 잊히지 않았다.

     

여행 가방에 소설 『동급생』을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소년이 우정을 나눴던 평화로운 마법 영역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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