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탄 - 실전편
대행사 인턴을 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할 몇 가지의 마지막 3편을 준비했습니다.
3편은 ‘실제 회사에서 근무 시 여러분들이 맡게 될 업무’와 이에 ‘인턴 중 꼭 쌓았으면 하는 일’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입사 전에는 제가 회사에서 엄청난(? 걸 할 줄 알았습니다.
업체와 컨택하고 뭔가를 기획해서 땅땅땅 만들고, 학교 팀플처럼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입사 후 실제 담당한 업무는 제 상상과 매우 달랐습니다.
인턴 당시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업무는 키워드 순위 유지를 위한 모니터링과 입찰가 수정이었는데요. 심지어 그 순위도 담당 마케터분이 지정해 주셨습니다. 이후에 맡은 업무도 보고서 작성, 검색광고 키워드 추가 등 매우 한정적이고, 단순 노동을 요하는 일들이였습니다.
신입으로 입사한 다음 회사에서도 별단 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받은 업무는 사수분 업체의 매체 소재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기획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 이미지를 캡쳐해서 등록하는 네이버 쇼핑 영역 이미지였죠.
설렘과 포부가 가득했던 신입 시절의 저는 실망했고 ‘내가 알고 있던 마케팅이 이런 건가?’ 하는 혼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 차가 된 지금 당시를 생각해 보면, 회사의 업무 배정이 매우 적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는 인턴과 신입에게 매우 작은 업무를 배당합니다.
보증되지 않은 여러분들에게 회사에 영향 주는 일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광고 매체 계정을 주고 ‘직접 운영하세요.’ 이런 식으로 하지 않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회사는 아직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게 없습니다. 회사는 여러분들을 키웠을 때 성과를 내는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뽑은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 비용이 들고 당장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기에 경력직과 비교했을 때 연봉이 낮고 면접에서 인성 면접의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기대감과 걱정이 가득한 입사 전에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인턴이나 신입으로 입사를 앞두고 계신 마케터분이 계시다면 걱정을 조금 내려놓으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1. ‘내가 마케터가 잘 맞을지?’ 생각해보기
인턴 생활 동안 가장 먼저 하셨으면 하는 일은 ‘마케터가 나에게 잘 맞을지?’ 질문하기 입니다.
여러분들이 상상했던 업무와 실제 마케터 업무를 비교해 보시고, 본인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내가 마케팅이 잘 맞을지 꼭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보고 느낀 마케팅의 장점, 단점을 적어보시고 근무 환경 등 업무에 영향을 줄 부수적인 부분도 고려하셔서 답을 정의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직업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그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여기서 그려본다는 것은 내가 이 직업에서 신입 때는 어떤 일을 할 거고, 조금 더 성장한 주니어 때는 이런 모습일 거고, 더 성장한 시니어 마케터일 때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연차별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을 지 생각해보는 거죠. 이때 직원들이 직급별로 어떤 업무와 성장을 했는지 유심히 바라보시고 기록해 놓으면 좋습니다.
업계에 막 들어오신 인턴들에게 위와 같은 방법들과 과정이 어려운 일이는 것을 잘 압니다. 더불어 1번의 인턴만으로 마케팅, 광고 업무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나와 잘 맞는지 단정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정확하진 않더라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마케터가 되고 봤더니 성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업무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인턴 때 이런 과정을 그려봐야 정규직으로 입사했을 때 직무로 고민하지 않으실 겁니다.
2. 자기소개서에 녹일 스토리 만들기
두 번째로 자기소개서에 담을 스토리를 인턴 생활 동안 만드셔야 합니다.
나의 포트폴리오에는 ‘인턴 경험보다 더 엄청난 자기소개서 소스가 있다!’ 이러시면 상관없겠지만, 제가 느꼈을 때 직무 경험만큼 더 중요한 포트폴리오 소스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나한테 뭘 가르친 거지? 싶을 정도로 이론과 실무 차이가 크다는 걸 신입 시절에 많이 느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지식, 대처 능력,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 등 책에서 배운 내용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솔직히 업계에 발을 담가서 배우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특히 신입에게 더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경력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인턴이나 중고신입과 같이 업무 경험을 해본 사람을 선호할 수 밖에 없고, 지금 제가 인턴을 뽑는 면접관이 된다면 저도 업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뽑을 거 같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턴 생활동안 꼭 1개 이상의 스토리는 만들고, 그걸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스토리는 플로우를 말하는데요.
맡은 업무 중 1개를 골라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이를 ‘어떻게’ 사고하고, ‘처리’했는지 유기적인 흐름을 만드셔야 합니다.
스토리를 만드는 이유와 방법은 뒤에서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3. 담당하는 업무 외에 회의, 직원들 대화 귀기울여 듣기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속담이 있죠.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인데, 저는 이 속담에는 개가 서당 수업을 옆에서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걸 알게 되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경험을 가진 마케터분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있는 겁니다. 책에서 배우기 어려운 그들의 실제 경험과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이는 여러분에게 예상치 못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는 회의에서 흘리듯이 던진 사수분의 의견을 응용해 면접 질문에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고, 제가 아는 범위가 아니였는데요. 면접 질문을 받고 잠깐 머리가 하얘지다가 번뜩 사수분의 말이 떠올라 질문의 답을 만들고 위기를 넘겼습니다.
제 사례처럼 주워들은 말들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도움이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나 현직자분들의 말을 기억해두시길 추천드립니다. 메모하시면 더 좋구요.
부재: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만들기
내가 엄청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내 포트폴리오는 다른 지원자보다 남다르다, 이러시면 사실 제 포스팅 내용과 상관없이 합격하실 겁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신입 마케터분들의 포트폴리오가 비슷하기에, 많은 포트폴리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글을 쓰기 전 회사마다 학력, 관련 직무 경험, 인재상 등 여러 항목을 보기 때문에 해당 글이 정답은 아니니 참고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사고’하고 ‘방법’을 만들어 ‘해결’했는지 일련의 과정이 담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때 해결은 성공한 결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훈과 다음 액션을 만든 실패도 괜찮습니다.
1문장으로 작성된 여러 활동보다 1개의 문단으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회사가 신입 지원자를 평가할 때 여러 활동을 해본 경험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회사는 신입이 처음부터 성과를 낼 거라는 기대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업무도 맡기지 않죠.
대신 당장 퍼포먼스를 내야 할 경력직과 다르게 신입은 성장 후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요구받습니다.
다시 말해, 신입을 뽑을 때 회사는 지원자의 ‘성장 가능성’과 그 성장이 추후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봅니다.
경력은 현재 가치라면, 신입은 미래 가치를 보고 채용을 하는 거죠.
그럼, 미래가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뭘 필요할까요?
꽉 채운 포트폴리오 항목으로 미래 가치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지원자가 얼마나 깊게 사고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가 미래가치 판단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회사는 매일 다양한 문제를 마주합니다. 개인 업무부터 협업 업무, 혹은 조직 전체 업무까지 영향을 주는 여러 문제와 고민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 문제를 풀어가고 극복할 사람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회사가 판단했을 때 마주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해결해 최종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뛰어난 근로자이며, 더 투자할만한 ‘잠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죠.
더불어 사고하는 사람은 ‘더 많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합니다.
좀 날 것(?으로 말씀드리자면 사실 직무에 필요한 기술은 배우면 됩니다. 회사에서 인수인계를 받고, 사수가 붙어서 알려주면 정말 업무가 맞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는 다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비슷한 기술 실력을 갖춘 사람들에서 더 많은 아웃풋을 내는 인재는 결국 깊은 사고를 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같은날 입사한 신입 b와 c가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의류인 a업체의 메타 소재를 만드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사수는 두 사람에게 본인의 소재 템플릿을 주며, 이 템플릿을 이용해서 소재를 만들어 오라고 합니다.
신입 b는 사수가 만들어준 템플릿에 a업체의 이미지와 문안만 바꿔서 소재를 제작합니다.
반면 신입 c는 소재를 만들기 전 생각을 합니다.
‘이 업체는 여성의류이고, 러블리한 스타일이 메인이지만 패턴이 차분하여 회사나 학교에서 데일리룩으로 입기 좋은 스타일이다. 그럼 이걸 누가 입을까? 대학생? 회사원? 고등학생? 그럼 3개 타겟에게 반응할 소재를 각각 만들어 볼까? 이 템플릿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소재를 만듭니다. 똑같이 ‘a업체의 소재를 만들어라’라는 업무를 주었는데, 매우 다르죠.
결과는 어떨까요? 사실 만들어진 결과물에서 신입 c께 더 좋았다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제작 과정 중간중간 사수에게 보고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c의 고민과 상관없이 리소스 많이 드니까 빨리 만들라는 사수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먼 미래로 봤을 때, 더 많이 성장하고, 회사에 더 많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 b가 아닌 c일 것입니다.
여러 관점과 꼬리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확장한 사고는 결국 주어진 답을 따르는 사람이 아닌 답을 찾는 사람으로 성장시킬 겁니다.
이는 결국 앞서 말한 회사가 원하는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조금 더 보태자면, 회사 합격 뿐 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커리어와 성장을 위해서라도 사고의 방법을 키우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c와 같은 사고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도 c는 b보다 지혜롭게 해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이 날로 증가하는 지금을 봤을 때 미래에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을 결정하는 기준은 ‘사고하는 능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대외활동, 부트캠프 항목을 꽉 채우는 거보다 자기소개서 1번을 채울 수 있는 스토리가 더 중요합니다. 이때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방법’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떨어진 게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에게 막연한 위로를 드리려는 게 아니라, 현업에 있어 보니 취준 때는 몰랐던 불합격의 외부 요인이 정말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여러분의 탓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겁니다.
특히, 서류 합격-1차 면접-2차 면접까지 있는 공고에서 1차 면접 합격까지 받으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여러분의 실력으로 떨어진 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시기에 면접을 본 경쟁자,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한 공고 취소, 지원자의 역량은 충분하지만 담당 리더가 지원자를 컨트롤 할 능력 부족 등 지원자의 역량 외에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들은 매우 많습니다. 더불어 이는 지원자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의 영역이죠.
학생 때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당시 역량이 부족해서 떨어진 경우도 있었겠지만, 지원자의 서류를 읽고 면접을 보는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런 이유로만 합격의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 회사에 있었을 때의 일인데요. 내부 리소스가 부족해 신입 마케터 충원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채용에서 면접관으로 들어가신 팀장님들이 하나 같이 칭찬하는 지원자분이 계셨습니다. 당시 1차 면접이라 최종 면접만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팀 내에선 최종 면접은 그냥 형식이고 지원자분이 합격할 거라는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그만큼 팀장님들이 지원자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셨기에 제가 포트폴리오를 보진 못했지만 정말 괜찮은 지원자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인사팀에서 회사 내부 상 마케터 충원은 어려울 거 같다는 공문이 내려왔고, 팀장님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마케터 채용은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원자에게는 불합격 연락이 갔죠.
서류부터 면접까지 공들인 지원자의 노력과 팀장님들의 긍정적인 평가는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졌고, 내부 사정을 모르는 지원자는 면접을 떠올리며 뭐가 잘못되었는지 분석했을 겁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어디서 말실수한 거지? 그때 답변이 이상했나 등 칭찬으로 가득한 면접에서 불합격의 원인을 찾았을 겁니다. 그곳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죠.
이처럼 지원자와 상관없는 외부 요인으로 불합격이 될 수 있고, 이런 사례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러니 좌절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서류와 면접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걸 알지 못했던 신입 때는 좌절의 연속이었는데, 이직을 준비하는 주니어 마케터가 되었을 때는 떨어져도 타격이 별로 없더라고요. 아 딴 사람이 붙었네, 아쉽다. 공고 사라졌던데 채용 취소인가, 이 정도랄까요.
신입 때 이런 것들을 알았더라면, 더 자신감을 가지고 괴로워하지 않았을 거 같아 꼭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떨어진 회사에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모든 이유가 여러분들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