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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정 Dec 09. 2022

언어치료를 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나는 내 아이의 독서모임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어머니, OO가 게임 규칙을 이해 못 합니다. 또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얘기를 하고, 친구 말을 오해를 하는 경우가 생겨요. 언어치료를 동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8살, 1학년 늦가을쯤 놀이치료 선생님께 들은 얘기다. 

어릴 적엔 말도 빨랐고, 표현도 잘해서 언어 쪽으론 별 걱정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조금 늦은 감도 있었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익혔고, 다른 부모가 그렇게 생각하듯 나도 내 할 일을 어느 정도 끝냈다고, 이제 혼자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했었다. 

그런데... 언어치료라니...?

얼마 전 웩슬러 지능검사를 하였던 터라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별수 있나, 받아들이고 놀이치료와 함께 언어치료를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알다시피 일주일에 50 분하는 수업은, 물론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아이의 상황을 크게 달라지게 하는 것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매시간 아이의 부족함을 지적받아 나의 자존감마저 같이 무너지고 있었다.


겨울이 가고 새 학기가 되어 한 학년이 올라가니 아이는 학습에 대한 부담과 또래 어울림에 대한 힘듦을 등교 거부로 표현했고, 이것은 배로 불어나 내 몫이 되었다. 문제집으로 부족한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보였다. 학습 이해보다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지가 의심스러웠다. 

문해력은 글을 읽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업을 들을 때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필요한 것이다. 수업 시간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니 공부가 재미없고, 집에서 문제집을 봐도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되게 하려면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아이에게 책상 의자에 앉혀놓는 것부터가 고역이다. 게임 규칙을 이해할 수 없으니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힘들다. 악의는 없지만, 자연스레 친구들 사이에서 돌리게 된다.  


이렇게 깨닫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학교 공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혀야겠구나. 책을 그냥 읽혀선 안되고,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야겠단 결론이 났다. 그때 내 시야에 기적처럼 들어온 것은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밀"이란 책이었다. 난 마녀의 비법책을 손에 넣은 것 같이 기뻤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수업은 이대로 따라 하면 되겠는데.' 

수업을 일대일로 할 순 없으니 친하게 어울리는 두 아이와 엄마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수업 준비를 내가 한다고 하니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렇게 어설픈 선생님 흉내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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