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위인이 죽었고 그가 마지막까지 탐독하던 책이라 했다. 망자가 어떤 세상을 꿈꾸었는지 궁금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경영학과 경영정보학을 전공한 내게는 생소했던 엔트로피, 유럽연합(EU)에 대한 기대와 에너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근엔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란 단어로 대체되었고, 제로 플라스틱과 탄소제로,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대한민국 정부는 탄소감축과 함께 '탈원전'을 선언했고, 정치이슈가 되어버렸다. 탈원전이 이데올로기화 된 것.
원자력 발전을 중지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원전은 전체 전력수요량의 30%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기저부하'의 역할을 하고 있다.원전+신재생에너지+화력/수력발전 이 순서로 더해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이 원전이 주가 되는 기저부하로, 항상 일정하게 발전량을 바닥에 깔아주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한 달 생활비가 대략 100정도 나온다고 치고, 그 중 월급으로 받는 돈이 50이고 아르바이트로 받는 소득은 들쭉날쭉하다고 하자. 기저부하는 월급과 비슷해서 항상 일정하게 가동되며 때때로 멈추거나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달은 쇼핑, 외식이 과하여 30을 더 결제해야 한다면 모자란 금액 만큼 용돈 더 받아내야할 것이다. 이 용돈이 석탄발전에 해당하고, 석탄발전은 필요할 때 가동하고 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퇴사를 하고 월급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24시간 일정하게 전력을 만들어내는 원자력발전은 매월 월급날에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과 같다.
에너지는 우리의 생활에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필요하다.
에너지는 힘이고, 자원이자 산업이다(아인쉬타인은 상대성이론에서 질량과 가속도의 제곱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인구의.0.68%를 가지고 지구 전체의 2.2%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탄소중립을 바로 달성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그리 간단하게 단정하면 안된다. 우리나라는 자신이 소비할 제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을 위해 공장을 가동한다(우리가 소비하는 총량의 1.4배를 생산하는 생산기지다). 당연히 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 밖에 없다.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이 구글이라고 한다.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같지 않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전세계 11위로 중국 배출량의 18분의 1 정도를 배출한다. 이는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양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2017년도에는 온실가스 배출향이 전년보다 2.4% 증가에 그쳐 GDP 증가율 보다 낮은 '상대적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탄소중립으로 가는 데 어려움도 많다. 재생에너지를 하기에도 좁은 면적에 높은 인구밀도와 산악지형. 그리고, 산업구조다. 무엇보다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문화는 에너지소비를 부를 수 밖에 없다. 그린 라이프는 느리고 불편하다. 우리는 제주 올레길을 가면서도 비행기 타고, 렌터카로 간다. 무엇보다 탄소제로를 위해서는 모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턱없이 낮은 전기 요금은 불필요한 전력소비를 부추기고, 반 환경적인 산업을 조장한다. 철강회사에서 전기 용광로에서 쇠를 녹이는 것처럼. 이러한 일은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제에 기인하다. 석탄발전소 폐지를 외치던 사회단체는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구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만약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로 오른다면?
바람, 태양에너지도 토지라는 자원을 필요로 한다. 1000MW의 전력생산에 원자력발전은 여의도의10분의1 정도의 토지가 필요하지만, 태양광의 경우는 그 10배, 풍력발전은 50배에 달하는 토지가 있어야 한다. 물론 바다에 설치하는 해상풍력이 있지만 그 비용이 높아, 바다에 떠있는 형태의 부유식 구조물에 대한 시도가 진행중 이다.
산을 깎아내고 과수원 나무를 뽑은 자리에 태양광을 설치한다. 때론 저수지 수면에 설치하자고 한다. 그러면 물속의 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재생에너지는 사막같은 사용되지 않는 드넓은 공간, 지붕이 딱이다. 미국에는 고속도로 노면을 태양광판넬로 설치하기도 하였으나,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달리는 도로상황에는 어렵다.
여러모로 한국은 탄소중립에 난관이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이, 나무를 가꾸는 노력이 요구된다. 사회시스템과 산업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하니까 우리도...라는 방식은 가능하지도 않다. 덴마크 같은 나라와 중화학, 철강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같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전체 산업의 32.1%를 차지하며, 수출의존도는 35.3%에 달하는 제조업 중심의 국가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의 수출은 반도체 939억 달러, 일반기계526억 달러, 자동차 430억 달러, 석유화학 426억 달러, 석유제품 407억 달러, 철강제품 310억 달러 순이다.
만약 옆집과 우리 집이 똑같은 량의 쓰레기를 버려야한다면?
모든 국가가 획일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 국가의 인구구조, 산업별 특성, 지리환경과 자원 등 요인은 제각각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세(Carbon Tax), 탄소배출권 등과 같은 수익자부담에 따른 국제적 규약을 만들고 있다. 탄소세는 정치적 문제로 아직 실행되고 있지 못하다. 환경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간 협상과 함께 금융시스템을 활용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탄소배출권(certified emission reduction, CER, 인증감축량 또는 공인인증감축량)이란 CDM 사업을 통해서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인 것을 유엔의 담당기구에서 확인해 준 것을 말한다. 이러한 탄소배출권은 배출권거래시장에서 거래된다. 2021년 5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톤당 55유로에 거래되었다.
쓰레기 종량제와 같이 버리는 양에 따른 비용의 부담과 같이. 무턱대고 이상만을 주장하고 그렇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저개발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은 지구 전체에서 소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만 비난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수출을 줄인다고 한다면 수입을 해서 자신들의 제품을 만드는 나라들이 좋아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