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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연 Mar 18. 2022

선배 없는 학교

사귐이 낯설어진 대학생에 대한 걱정 하나.

대학 새내기 시절을 떠올린다.

낯선 학교와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설레임으로 새학기를 시작하는 설레임.

캠퍼스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보기도하고, 수강신청에 북적이는 학과사무실에서 낯선 전공과 교양과목에 대해 눈치를 보아가면서 수강신청도 했다.

서점에서 두꺼운 교재를 샀고, 폼나게 한 손에 들고 강의실을 찾아 신중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동기들 얼굴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그리고,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오늘도 대학의 분위기는 그 때와 많이 다르지 않다.

이젠 수강신청하러 학과사무실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선 학생들의 쪼잘거림이 없다.

강의실은 수업시작 전에도 차분하다.

왜 그럴까?


코로나와 함께 입학한 3학년, 이공학번.

이들은 1,2학년 학점은 받았지만 이번학기가 첫 학기와 다르지 않다.

누가 자신의 동기인지 선배인지도 모를 뿐이다.



사실, 이젠 대학에서 '선배'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선배를 어떻게 부르냐고 물었더니...그냥 'ㅇㅇ님'이라고 한단다.

이상하다.

무슨 병원이나 은행에서 고객을 부르는 것도 아닌데....


자신보다 먼저 들어온 선배들에게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선배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줄 다양한 매체가 있기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선배들이 스스로 선배이기를 포기한 건 아닐까?

나도 힘든 데 후배들을 챙겨줄 여유도 의지도 상실해버린...


나는 신입생시절 선배들을 귀찮게 했다.

낯선 도시에서 길도 물어보고, 학교생활과 교수님의 정보들까지...

그래도 선배들은 귀찮아 하지 않았고, 어느 형(사실 선배보다 형, 누나라고 불렀다)은 밥먹으라며 주머니에서 구내식당 식권을 꺼내 주었다.

그 형은 10년도 지나서 다시 연락이 닿았다.


요즘 대학생은 더이상 '선배'를 사귀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하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없어져 버린 학교.

이제 학교는 교수만, 수업시간만 배움이 있을 뿐이다.


꽈대표(학회장이라고 부른다)가 인사를 한다.

이것저것 얘기하다 말해주었다.

3학년은 신입생이랑 똑같으니, 선배로서 신경 써줘야 할 것 같다고,

그리고 수고해줘야 겠다고.

어쩌면 2-3년 뒤 쯤 취업시장에서 코로나 학번들이 '기피대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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