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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ug 27. 2020

처음은 언제나 두렵다

임신과 출산, 인생에 찾아온 가장 큰 기쁨이자 도전

산전 출산휴가를 시작한 지 이제 3주 차.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이 되기까지 약 3개월 구직활동을 한 이후 여러 번 이직을 했었지만, 직장생활을 이렇게 오래 쉬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총 90일인 출산휴가는 출산 전 44일부터 사용할 수가 있는데, 나는 그 44일에 개인 휴가까지 붙여서 출산 50여 일 전부터 휴가에 들어갔다. 보통은 출산 1-2주 전까지 일하고, 출산 이후에 휴가를 더 쓰는 편인데, 나는 하루빨리 휴가에 들어가고 싶었다.


휴가 첫 주에는 후임으로부터 매일 여러 번 연락이 왔으나, 2주 차부터는 그 연락마저 오지 않아 정말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남편이 나에게 표정, 말투, 행동이 모두 편안해졌다고 말할 정도이다. 출근하면서 받았던 엄청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 있게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는 소중한 나날이다.


어제는 임신 말기 검사를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가 임산부 우울증 검사를 하게 되었다. 13점 이상부터 우울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16점이 나왔다.

내가?

나는 지금 휴가라서 매우 행복한데…


집에 돌아오니,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산부인과 정기점검 때 초음파를 보면서 담당 원장님이 아기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걱정 많은 엄마라서 아기까지 벌써 걱정이 가득한 걸까…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무엇들이 내 맘을 짓누르고 있는 걸까. 별거 아니라고 넘어갔던 생각들을 정리해볼 기회가 생겼다.


첫째, 휴가에 들어간 지금은, 휴가가 끝나면 다시 회사에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휴가 전 가장 큰 스트레스는 당연히 회사였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회사에서 연락이 시도 때도 없이 오는 통에 핸드폰 진동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지금은 그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만, 복직할 때쯤 되면 10개월도 되지 않을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시 그 전쟁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두려움에 휴가가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쉽게만 느껴진다. 회사를 호기롭게 그만두고 아이에게 집중하는 전업주부가 되기에는 우리 가정의 수입이 줄어들 테니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만약 회사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30대 중반인 지금까지 나는 커리어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왔다. 결혼을 하면서도 남편에게 내 커리어를 꼭 지키고 싶다고 여러 번 당부해왔다. 그런데 회사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니, 참 모순적이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너무나 머리가 아프다. 진로 고민은 20대에도, 30대에도 계속된다.  


셋째,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해 변화될 내 삶에 대한 걱정이다. 아직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출산 후기를 찾아보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육아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그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 임신 전 보다 10kg 이상 살이 찌고, 혹여나 아기에게 해로울까 봐 그동안 정기적으로 해오던 염색과 펌까지 안 하다 보니 이미 외모는 변하고 있고,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는 아기에게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기를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과 그로 인해 더 바뀔 나의 몸에 대한 걱정, 이제 '나'라는 개인이 아닌 '아기를 위한 삶'으로 내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하기에, 임신에 대한 기쁨과 건강한 아이 출산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두려움이 몰려온다.


첫 임신과 첫 출산이니 이러한 고민도 당연히 처음이다.

처음은 설렌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다.

이 고민 또한 지나가겠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고민은 시간도 해결해 주지 못할 것 같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요즘 걱정이 늘어난 것 같다. 몇 주째 생각이 많아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한다. 남편도 아빠가 되는 것은 처음이니까..


남편과 나의 인생에 찾아온 가장 큰 축복이자 가장 큰 도전을 우리는 슬기롭게 해쳐나가고 싶다.

오늘은 남편과 속 깊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서로의 걱정을 어떻게 줄여줄 수 있을지..

아기를 만나기까지 남은 40여 일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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