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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Jun 03. 2021

아찔한 첫 문화센터의 추억

엄마가 미안해

아기를 키우면서 다니게 된다는 문화센터. 8개월이 되도록 우리 아기는 문화센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에 굳이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친정에 마당도 있고 피아노도 있고 강아지도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문화센터에 가야 할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 마트에서 문화센터를 개강한다는 소식을 보았다. 일일 특강이라도 한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8개월 우리 아기가 들을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엄마와 아기 합쳐서 참가비 4000원에 재료비 5000원. 40분에 9000원을 쓰는 것이지만 일일 체험 치고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비가 오는 날이라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저하고 있던 차에 엄마만큼이나 열성적인 할머니가 차를 타고 나타나셨다. 우리 손자의 첫 문화센터 강의를 빠질 수 없다며.


도착했을 때 우리 아기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의 아기가 있었다. 우리 아기와 또 다른 8개월짜리 아기 그리고 두 명의 6개월 아기. 6개월 아기들은 문화센터에 자주 와봤다며 익숙한 듯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옆자리에 8개월 아기도 즐거운 듯 음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문제는 우리 아기였다. 우리 아기는 음악을 틀자마자 울기 시작하여  선생님이 근처에 올 때마다, 새로운 악기를 꺼낼 때마다.. 울었다.


배가 고파서 우는가 싶어 중간에 맘마도 먹여보고 떡뻥먹여봤지만 잠시 즐기는 듯하다 또 울고 잠시 적응한다 싶었는데 또 울고.


엄마와 단둘이 집에서 너무 조용히 있었던 탓일까. 나름 클래식 음악도 듣고 영어 동요도 듣고 많은 음악 생활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었는데...


마지막 탬버린 치는 시간, 우리 아기는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던 할머니는 어느 아기가 이렇게 우나 하고 강의실을 봤다가 우리 아기가 자지러지게 우는 것을 보게되었다. 


더 이상 진행이 안 될 거 같아 아기를 할머니에게 안겨 놓고 뒷정리를 하고 나왔다. 아기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모두 엄마의 욕심이었을까. 우는 아기를 데리고 계속 앉아 있던 내가 너무 미련했던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나는 결국 세 달짜리 문화센터 강의를 등록했다. 이번엔 음악 활동이 아니라 독서와 함께하는 오감 체험활동이다. 아이가 다른 아기들과도 좀 더 친해지고 다양한 활동을 접해야만 할 것 같다. 엄마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너무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것 같아 걱정이 생겼다.


부디 이번 문화센터 강의는 잘 적응해주기를.

너의 첫 사회생활을 엄마는 응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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