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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ug 16. 2021

통잠의 신화는 이루어질 것인가

11개월 아기의 통잠 도전기

100일의 기적이니, 100일의 기절이니 하는 말이 있다. 흔히 100일이 지나면 아기가 밤에 잠을 잘 자서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반대면 100일의 기절이라고 한다.


우리 아기는.. 100일의 기절이었던 것 같다


70~80일 무렵에는 거의 통잠을 잤으나, 100일 무렵 다시 밤잠이 짧아졌고 심지어 밤 10시, 11시에 잠이 들었다. 300일이 지나도록 밤에 2번씩은 꼭 꿈수 (자면서 수유하는 것)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00일쯤 되자 밤 8시쯤 잠든다는 것. 하지만 두 번의 꿈수 후에도 아침 5시면 깨서 놀아야 했다.


출근해야 하는 남편과, 매일 밤 거의 2시간마다 깨야하는 나는 매일 피폐해져 갔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수면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수면교육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기가 100일 무렵까지는, 출근하는 남편이 아기방에서 자고, 아기는 안방 침대에서, 나는 안방 바닥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가 100일 무렵, 우리도 수면교육을 시켜보자라고 해서, 아기를 아기방에 재우고, 나는 왔다 갔다 하며 잠을 잤다. 우리의 첫 수면교육 시도였다.


내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기방에 결로가 발견되어 다시 안방으로 합치게 되었다. 합친 후에는 남편과 내가 침대에서, 아기는 침대 밑에 매트리스를 깔고 베개로 사방을 막고 자다가, 울타리가 쳐 있는 매트 (크림하우스 아이스캐슬)에서 잠을 잤다.


아이가 커갈수록, 울타리를 잡고 서기도 하고, 울타리를 타고 오르기도 했는데, 자면서 울타리를 어찌나 세게 차는지, 퍽 소리에 깰 때도 있었다.


어느 날 가족 여행을 갔는데, 방 전체에 이불을 깔아줬더니, 아기가 너무 좋아하며 뒹굴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우리는 이때다 싶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기방에 매트를 깔고 이불을 깔아주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기는 아기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아기띠를 하고 재웠는데, 이날부터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잠이 들도록 유도했다.


갑자기 자는 곳을 옮긴 터라, 내가 아기 옆에서 같이 자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이리저리 너무 굴러다니는 통에 나는 아기를 피해 자느라고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리고 아기도 내가 있으니 마음껏 구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약 10개월 무렵이었다. 매일 밤 2번 꿈수를 하며 아침 5시에 깨서 거실에서 놀던 그 시기...


더 이상 5시 기상을 하기 너무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며 나름 수면교육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은 "밤마다 꿀잠 자는 아기"라는 책이었다. 외국 작가가 쓴 책인데, 월령별로 다양한 사례가 나와있어서 읽으면서 우리 아기와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름대로 진단해본 우리 아기의 문제는 아침잠과 수유 문제가 제일 큰 것 같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아침 낮잠을 오래 자면서 본인의 아침잠 욕구를 해결하는 것. 밤에 두 번이나 수유를 하기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낮에 이유식도 잘 안 먹게 되어, 또 밤에 배가 고프게 되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에서 제안하는 6~12개월 아기의 하루 일과를 따라 해 보게 되었다. 내가 나름대로 우리 아기와 적응시킨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낮잠 자는 시간이 3시간 미만이어야 아기가 밤에 12시간을 잘 수 있다고 한다.


7:00 - 기상, 아침 식사 이유식 및 수유 1

9:00 - 낮잠 1 (1시간 내외)

11:30 - 점심식사 이유식

12:30 - 낮잠 2 (2시간 정도)

2:30 - 수유 2

4:00 - 과일 간식

5:30 - 저녁식사 이유식

6:00 - 산책

6:30 - 목욕

7:00 - 수유 3

7:30 - 취침


이 스케줄을 지키려고 몇 주간 노력을 했다. 또 내가 옆에 있으니 아기가 뒤척거리기만 해도 내가 맘마를 줘서 다시 재우려고 해서, 더 이상 아기 옆에서 자지 않고 아기를 혼자 재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전히 첫 낮잠을 길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6시 정도로 늦춰졌고, 밤에 수유를 1번으로 줄였지만 통잠은 아니었다.


또다시 맘 카페를 뒤적이다가 찾은 글에는 새벽 4~6시가 원래 아기들이 잠에서 깰 듯 말듯한 시간이라서, 이 시간에 7시까지 자도록 잠을 연장시켜야 한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새벽에 수유를 하면, 아기가 속이 안 좋아서 더 잘 깬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또 바로 적용에 들어가서, 아침 6시에 일어나려고 옹알이를 하는 아기를 방에서 못 나가게 문을 닫고, 수면용 음악을 틀어주며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최대한 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며칠을 하니, 아기가 7시까지 2-3일은 버텨주었으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기가 5시 반에서 6시쯤 잠에서 깨어나려고 할 때면 갑자기 응가를 하는 것이다. 응가를 씻겨야 하니, 7시까지 문을 닫고 있을 수가 없어서, 엉덩이를 씻기다 보면 아기의 잠이 깨곤 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지난 주말, 아기는 노는 게 너무나 재미있었는지, 낮잠을 잘 안 자기 시작했다. 하루에 1시간 정도만 낮잠을 자더니, 밤에는 깊이 곯아떨어져서 아침 6시 반까지 밤수도 하지 않고 푹 자는 것이었다. 현재 이틀째, 아기는 밤수 없이 통잠을 자고 있다. 물론 낑낑 거리는 소리가 새벽에 두세 번 들려서 몰래 들여다 보고 토닥토닥해주기는 하지만, 이 상태까지 온 것이 기적 같다.


이렇게 계속 통잠을 자주면 좋겠지만, 아기들은 계속 바뀌니, 또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겠다.

오늘도 제발 통잠을 자주 길 바라며, 엄마는 아기와 낮시간을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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