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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Oct 12. 2022

그대, 비 오는 날 아기와 놀이동산은 가지 말아요

비 오는 가을날, 25개월 아기와 서울랜드 체험기

나름 남편과 나는 25개월 흥이와 이제까지 많은 경험을 했다고 자부했다.

흥이 8개월 무렵부터 최근까지 워터파크를 7-8회 다녀왔고, 서울대공원 3회, 과천 과학관도 2회나 다녀왔기에, 놀이동산을 추진해보기로 했다. 아직 "안아!"를 자주 외치는 것은 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 가자 싶었다. 에버랜드가 아닌 서울랜드를 고른 이유는 서울랜드는 키가 90cm가 안 되는 우리 흥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몇 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D-day. 3일 연휴 중, 사람이 가장 없을 것 같은 이틀째 날이 밝았다. 그 전날은 너무나 화창했는데, 이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여니 구름이 잔뜩 낀 것이 왠지 불안했다. 남편이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일기예보가 틀릴 수도 있으니 한번 가보기로 했다. 다른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오전에 빨리 놀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흥이는 아직 입장료가 무료라서 우리 둘 입장료로 약 4-5만 원을 지출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 것인가 고민을 했지만, 비 온다는 일기예보에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것이고,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 행운을 빌어보았다. 


하지만, 집 밖에 나서는 순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한번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비 오는 날 놀이동산에 가지 않기로 했다. 


힘들었던 점 첫 번째. 개장시간과 다른 놀이기구 운영시간


서울랜드의 개장시간은 9시 반.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9시 20분. 줄 서서 입장을 했는데, 놀이기구 운영 시작시간이 보통 10시나 10시 20분이었다. 야외라서 추운데 식당이나 카페도 10시 이후 오픈이라서 우리는 종합안내소에서 놀이기구 운영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놀이기구 운영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다림에 지친 흥이는 그때부터 "안아!!"를 시작했다. 우비를 사 입었지만 얼굴로 빗물이 떨어지니, 남편은 아기를 안고 우산을 쓰느라 팔이 떨어져 나갈 뻔했다. 


힘들었던 점 두 번째. 임산부는 놀이기구를 못 타는 거네


놀이동산에 가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랬는지, 임신 8개월 차인 나는 놀이기구를 못 탄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기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도 나는 탈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남편은 아기를 안고 혼자 놀이기구를 계속 타는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입장료 따로 자유이용권 따로 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아닌지 나는 full로 비용은 다 지불했지만 놀이기구는 하나도 이용하지 못했다. 


힘들었던 점 세 번째. 비가 오면 많은 놀이기구가 운영을 안 해요


블로그에서 찾아보았을 때도 비가 오면 운영하지 않는 놀이기구가 있다고는 했고, 입구에서도 안내는 있었다. 하지만 90cm 이하의 흥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한정적인데, 그중에서도 우천 시 운영을 안 하는 놀이기구를 빼니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정말 손에 꼽았다. 흥이는 생에 첫 놀이기구로 아빠와 급류 타기를 타더니 아기용 놀이기구는 시시해졌는지 자꾸 아기용이 아닌 형아들 놀이기구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결국 흥이는 약 3개의 놀이기구를 타고, 아기용 실내시설을 2개 정도 이용하는 것으로 첫 놀이동산 이용을 마쳤다. 


힘들었던 점 네 번째.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을 쌌지만 먹을 곳이 없어요


이제까지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 도시락을 안 싸가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음식을 사 먹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김밥 싸는 연습까지 미리 하면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을 쌌다. 하지만 비가 오는 서울랜드에서 김밥을 먹을 곳은 마땅치 않았다. 비를 피할 공간은 거의 없는데 그나마도 지붕만 있는 공간이라 너무 추워서 25개월 아기가 비와 추위에서 김밥 먹다가 무슨 큰일이 생길지 몰라서 결국 김밥 한두 개만 먹다가 실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지붕만 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좀 더 큰 아이들이 있거나, 성인들만 있는 경우였다. 


힘들었던 점 다섯 번째. 유모차는 짐이다.


유모차에 잘 앉는 아기라면 모를까, 우리 흥이는 유모차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그래도 짐도 있고, 아기가 피곤할 수도 있으니 유모차를 가져갔는데, 비를 대비하지 못해서 비닐커버를 챙기지 않았다. 덕분에 흥이는 남편이 안고 다니고, 나는 유모차에 짐을 싣고 유모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데 비 때문에 유모차는 다 젖었고 유모차를 계속 끌고 다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웨건을 끌고 다니거나, 아기가 유모차에 잘 앉아있으면 비닐커버를 씌우고 다니는 가족들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비가 오니 다들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잘한 것은 뭐가 있을까.


흥이는 대공원 주차장부터 코끼리 열차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것이 유일하게 잘한 것 같다. 12시가 넘으니 우리 셋 모두 지쳤는데 정문에서 코끼리 열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다시 가야 했다면 정말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동문 주차장은 동문 바로 앞에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흥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셋 다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흥이가 비도 맞고 힘들었을까 봐 계속 체온을 재고 체크를 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넘어갔다. 


다음에 놀이동산에 가게 된다면, 꼭 비 오는 날은 피할 것이다. 

혹시나 비 오는 날 놀이동산에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 나의 조언은 N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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