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하면 우리는 브런치 세트
나는 올해 여름부터 디스크 환자가 되었다.
한 번씩 허리가 아픈 적은 있었지만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괜찮아졌기에 별생각 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째 점점 더 아파졌고 운동부족이 원인일까 싶어 큰맘 먹고 실내 사이클을 한 시간이나 탄 날, 내 허리는 이제 앉았다 일어났을 때 바로 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한참을 조심조심 움직여야 허리가 펴졌다.
아팠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운동을 심하게 해서 근육이 놀란 걸 거야 정신승리를 시도해 봤지만 정신승리고 나발이고 허리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시큰 욱신 찌릿하는 다양한 통증들까지 생겨 결국 남편 손에 끌려 병원에 갔다. 허리 디스크가 좀 진행되었다고 했다. 내가 디스크라고? 이게 뭔 소리여..??
진단을 받고 나니 갑자기 환자로 정체성이 바뀌며 덜컥 무서워졌고, 규정지어진 틀 안에 갇힌 것 같아 답답하고 울적했다.
/
아프면(아파야) 비로소 안다.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들인지. 또 내가 얼마나 연약하고 예민한 동물인지.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일 때는 덥네 춥네 피곤하네 하며 투덜댔는데... 아파보니 안 아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뼛속까지 느껴졌다. 병원을 그렇게 멀리하던 내가 물리치료를 받겠다고 매일 아침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이제 나의 최선은 내가 허리디스크 환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글을 쓸 줄 알게 되면서부터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곤 했다.
나는 내향적이고 낯가림이 있는 편인데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그랬던 것 같다. 친해지기 전까지는 긴장도가 높아 편하게 말하지도 대하지도 못했고 당연히 내가 먼저 다가가 누구를 사귀는 경우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릴 때보다 외향적이 되었고 낯가림도 덜 해졌을까?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여러 인간관계를 거치면서 대인관계 스킬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내향적이고 낯을 가린다.
타고난 성격에 좋고 나쁨이 없다고는 하지만 내가 보고 겪은 바로는 외향적이고 친밀하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더 적응적인 것 같았기에 오랫동안 나는 나의 성격을 싫어했다. 그래서 한때는 외향적인 척도 해봤는데 나의 본성에 맞지 않다 보니 어색하고 불편했다.
결국 나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꼴'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나니, 나다운 모습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오늘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뭔지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글을 쓸 때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나만의 개성을 살려 글을 쓰자는 것이다. (이것은 정답은 아니고 나의 견해이다.)
문체도 성격처럼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방식과 흐름대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글쓰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굉장히 냉철하거나 박학다식하거나 난해한 글들을 동경하지만 나의 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약간 어수선한 감도 있고 두드러지는 특징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글은 분명히 나만의 색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 그 사람이 눈에 띄게 잘 생긴 게 아닌데도 옷을 잘 입는다거나 잘 웃는다거나.. 심지어 너무 못생겼는데 너무 당당해서 잘 생겨 보이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도 자신감과 자부심은 나의 글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그렇고 그런 별 매력 없는 글로 만들 수도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개성과 인간의 관계는 향기와 꽃의 관계와 같다.
-시위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