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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엘린 Sep 02. 2024

시작하는 마음

-싸이 감성




<출발>


새 교과서의 첫 장

지난 교과서의 마지막 장


첫 장을 펼치며

마지막 장을 떠올린다


믿기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끝내는 마지막 장


힘들 땐,

마지막 장을 생각하길.     





Libertango

아티스트 : European Jazz Trio

앨범 타이틀: Liber Tango











내가 싸이월드에서 살고 있던 옛날 옛적의 어느 날.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짧은 시로 써봤다.

간결하지만 경박하지 않게 진지한 느낌으로다가...


귀차니스트와 작심삼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나의 성격적 특성이다.

게으름과 귀찮음, 끈기 부족 같은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가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맞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게으름의 수준이 귀여운 타투라면 내 것은 이레즈미 문신이라는 것에서 차이가 좀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나도 새해에는 새 마음으로 계획한 것들을 다 해내겠노라고 굳게 다짐한다.

새 다이어리를 사고 이것저것 내년에 할 것들을 적어 보고 새 신발을 사기도 하고 새 옷을 사기도 하고... (갑자기?) 흡사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비장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카운트다운을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던 1월 1일이 되면 며칠은 계획대로 살지만 이내 제풀에 지쳐 버린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모순이 있어 계획대로 못하는 날이 늘어나면 나는 곧 구정(舊正), 음력설로 계획을 변경한다. 그리고 구정의 둑도 무너지면 이제 월초로 간다. 3월 1일부터 시작해야지. 4월 1일부터는 진짜 스타트. 아직 찬기가 남아있어서 이불 밖은 위험해... 5월 1일부터 짜루짜루 진짜루 시작해 보자!

6월에는 6월 1일에 한 번, 그리고 내 생일이 있어서 두 번의 기회가 있다.(아싸) 그러나 또 게으름에게 패배하고 7월은 하반기의 시작이라 (또) 새 마음으로 시작해 본다... 블라 블라... 다시 12월.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마지막 장이 온다고 썼지만 때때로 나는 여전히 교과서의 앞 장만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저 앞에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따라가야 하는데 여기서 제자리걸음을 한다. 나를 지나쳐 앞서가는 사람들의 옆얼굴이 이십 년 전에는 또래였는데 이제는 이십 년 어린 사람들로 바뀌었다.

하루가 쌓여 십 년 이십 년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사실이다.



그리하여 나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연재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닳고 닳은 앞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읽기 위해 나의 천성(게으름&노끈기)에 위배되는 꾸준함을 요하는 글쓰기에 도전한다.

일기도 잘 쓰지 않던 내가 매주 새 글들을 써낸다는 것이 아직은 막막해서 예전에 싸이월드에 끄적거렸던 글들을 가져와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가 다음 장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읽어낼 수 있기를.










여러분이 지금 시작하려는 것은 무엇인가요?












상단의 글은 오래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이다. 노래 제목은 글을 쓸 때 들었던 곡이니 싸이 감성을 증폭시키고 싶다면 틀어놓고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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