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감성
나는 동기 없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격렬하진 않지만 확실한 무게감으로 낮게 출렁인다.
무의식의 한 칸이 의식의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시간
한 올의 서글픔과 한 줌의 그리움과 한 컵의 애틋함이 뒤엉킨 채.
서글픔과 그리움 사이, 그리움과 애틋함 사이, 다시 애틋함과 서글픔 사이...
무한으로 번진 시간 안에 상처와 추억과 오해와 이해가 너울댄다.
멜랑꼴리보단 센티멘털에 가까운 색감의 감정 혼합물.
단순한 도화지 위에 밑그림이 그려지고 색이 입혀지고 겹겹이 덧칠되면서 한 폭의 그림은 완성되어 간다.
내 삶은 지금 어떻게 채색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부디 내가 그려가는 이 그림엔 적당히 풍부한 색감과 진한 감성이 묻어나길
색채의 화려함이 아닌 조화된 색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개성을 갖길.
굳이 말하자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 슬프다기보다는 서글픈 것 같다. 서글프다기보다는 외로운 것 같다.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차라리 고독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외로움은 왠지 의존적인 느낌. 반면에 고독은 독립적인 느낌.
눅눅해진 치킨 너겟과 미적지근해진 차.
마술에서 풀린 것처럼, 현실감이 살아난다.
Brown Girl (Suga Plum)
아티스트 : Jurassic 5
앨범 타이틀: Feedback
몹시 감상적이었던 이십 대의 어느 날 나는 삶과 사랑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었나 보다. 막 뿜어내는 추상적인 감정들이 오글거리면서도 생생해서 많이 둔해져 버린 지금의 감성을 쿡 찔러준다(그래봤자 잠시 꿈틀거리다 다시 둔팅이가 될 뿐이지만).
추상적인 저 글처럼 젊은 날의 나는 앞날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했다(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다). 방법을 모르거나 용기가 없거나 운이 없거나.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일이 너무 바빴고 체력이 안 따라줘서... 무엇보다 게을러서...!!
그럼에도 그 모든 순간에 항상 갈망하던 아이러니한 내가 있다.
때로는 나도 치열하게 꿈꿨지만 그것은 잠든 내 머릿속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게을러서 많은 것들을 미뤘고 포기했고 놓쳤다. 누구는 친구 따라갔다가도 인생의 기회를 잡고 또 누구는 꿈꾸지도 않았던 꿈을 이루기도 했지만. 그것은 내게 주어진 행운이 아니었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라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나는 절실하면서 게을렀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도 한 명쯤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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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제는 문득 남현아(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갔다. 뭐 우울해서 빵을 샀다는 것과 비슷한 비유라고나 할까... 아무튼 지간에. 뭘 사러 간 건 아니고 그냥 한 번씩 기웃거리게 된다. 가끔 바다나 산에 가듯이. 출발할 때의 마음은 분명히 뭘 사러 가는 게 아닌데 돌아오는 길에는 종종 뭔가가 내 손에 들려 있다는 것이 신기하긴 하다. 이번에도 '결코' 뭘 사러 간 건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내 손엔 뉴발란스 운동화가 들려 있었다.
3번째 재구매한 실버그레이 컬러의 운동화만 주구장창 신고 있던 내가 이번엔 갈색 운동화를 선택했다. 머릿속에서 벌써 새로 산 운동화와 코디해 볼 옷들을 떠올린다. 새로운 선택은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산책을 하려고 고모호수 둘레길로 가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도착할 무렵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라 그냥 지나쳐 집으로 향했더니 얼마 안 가 비가 그쳤다. 나는 이미 지나온 거리와 다시 비가 내릴 가능성을 생각하며 고민하다가 차를 돌려 둘레길로 갔고 산책을 마치고 차를 출발하자마자 또 비가 내렸다. 무언가 행운이 따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살다 보면 운이 좋은 날도 있고 운이 나쁜 날도 있는 것이다.
여러분의 삶은 어떤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나요?
※ 상단의 글은 오래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이다. 노래 제목은 글을 쓸 때 들었던 곡이니 싸이 감성을 증폭시키고 싶다면 틀어놓고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