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감성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몸은 아팠고 몸보다 마음이 아팠던 지친 저녁 무렵.
만두가 들어간 수제비를 먹어도 여전히 으슬으슬한 몸과 마음으로
쓸쓸함과 나란히 앉아 감상한 영화. 행복.
'행복'은 달콤한 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잔인한 현실의 일면도 보여 준 영화였다.
흔한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우울했다.
영화 자체가 크게 인상적이었다기보다는 서서히 변해가는 사랑의 아픔이 가슴에 남아 한참이나 아렸다.
"이런 게 있기는 있나 보구나"
벅찬 눈길로 은희를 바라보던 영수. 하지만 결국엔 지겨워진다.
지고지순한 은희의 사랑은 병약하고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벗어나고픈 부담으로 변질되고 만다.
"내가 죽을까 봐요?"라는 은희에게
"내가 죽을 것 같았어"라던 팔딱이는 사랑은 이제
"네가 나보고 헤어지자고 하면 안 돼?"라는 둥의 쓰라린 말이나 던지고 있다.
왜 사람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일까...
은희는 죽었고 영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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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보다 흔한 말도 없다.
사랑을 말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거의 모두가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한다...
하지만 사랑을 소중히 키워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순간 빠지기는 쉬워도 삶 속에 지켜나가는 건 생각 같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하찮기까지 한 무수한 이기심들로 사랑에 상처 입히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도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사랑에 진실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도 믿지 못하면서 사랑을 믿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러고 보니 너무 어려운 것이구나.
호랑이와 소는 영수와 은희처럼 비극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호랑이는 호랑이와, 소는 소와 사랑하세요...
어쩌다 불가항력의 사랑에 빠졌다면 항상 잊지 마세요.
자신이 소를 만나고 있는 호랑이임을, 혹은 자신이 호랑이를 만나고 있는 소라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었다가는 상대를 죽이거나 상대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 테니까요.
이런 핸디캡을 굳이 견뎌낼 자세가 되어 있을 때에만 호랑이는 소를, 소는 호랑이를 사랑하세요.
아니 차라리 이렇게 말해야 할까요?
호랑이는 소를 만나려면 소가 되세요. 소는 호랑이를 만나려면 호랑이가 되세요.
이건 만나라는 말일까요 만나지 말라는 말일까요...
내가 많이 아픈가 보다.
열이 난다.
열이 나면 더운 게 아니고 추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열이 난다.
Lake Louise
아티스트 : 이성준
앨범 타이틀: Blessing(축복) : Lee Sung Joon Special Collection
저렇게 썼지만. 한때 나는 호랑이와 소의 사랑을 믿었었다.
지금도 나는 호랑이와 소의 사랑을 믿는다. 다만 전에는 호랑이가 소가 될 수 있다고 믿었었다면, 이제는 호랑이는 소가 될 수는 없지만 소를 해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호랑이가 소가 됐으면 하는 마음보다 호랑이가 무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것. 그런 사랑을 믿는다.
끝으로 호랑이였다가 소였다가 하면서 몇 번이나 사랑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조언하자면...
"거 웬만하면 호랑이는 호랑이와 소는 소와 사랑하세요!"
허나 역시 나는 알고 있다. 이 조언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는 소를 소는 호랑이를 또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호랑이랑 소는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요?
※ 상단의 글은 오래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이다. 노래 제목은 글을 쓸 때 들었던 곡이니 싸이 감성을 증폭시키고 싶다면 틀어놓고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