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감성
ㄱ: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단무지가 좋다고 하셨어
ㄴ: 어머님이 짜장면이 싫어서 단무지를 좋다고 하셨겠니?
그것도 모르니?
ㄱ: 우리 어머니는 정말로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럼 넌 우리 어머니가 거짓말을 하셨다는 말이니?
ㄴ: 너희 어머니가 거짓말쟁이라는,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 말을 그렇게 받아들이다니 놀랍다.
ㄱ: 사람은 누구나 달라.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정말로 짜장면이 싫을 수도 있어.
ㄴ: 나는 짜장면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는 취향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왜 모르냐는 거야.
ㄱ: 무슨 의미? 도대체 뭐가 문제인 지 모르겠다... 우리 어머님은
짜장면을 싫어하신 댔고 나는 그렇게 알아왔어.
난 우리 어머니가 짜장면을 드시는 걸 본 기억이 없다고.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의미가 담겼다는 건지 모르겠다.
ㄴ: 짜장면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짜장면이 싫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실은 어머님은 짜장면을
좋아하실 수도 있다는 거야.
ㄱ: 난 네가 이해가 안 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알겠
어. 하지만 내 가족은 내가 더 잘 알아. 네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너의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
는 게 숨 막혀. 너에게 생각이 있듯이, 나도 생각이 있고, 모든 게
네 해석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야.
ㄴ: ... 어떻게... 그렇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
내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구나. 난 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냐.
세상은 다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것들이 있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고, 무언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혀지고 느껴지는 게 있어.
ㄱ: 그래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네가 말하는 그 무언가를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단무지가 짜장면에 비해 좋아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ㄴ: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까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는 것 같
아. 나 또한 한참 뭘 모르면서 아는 척했던 것도 같고.
그런데 이상하게 나 막 답답해진다. 네 말이 틀린 것도 아닌데
나 또한 네가 이해가 안 가.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난 단무지가 짜장면에 비해 좋아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ㄱ: 그냥 다름을 인정하면 되는 거야. 문제없잖아.
너와 나의 관계는...
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내가 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너도
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이해하지
않으면 되겠지. 그냥 그런 부분은 서로만의 공간으로 두면...
그런데 난 그 공간에 차는 공허함이 견딜 수가 없어. 그 답답함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걸. 그리고 그건 곁방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핵심에 가까워. 중앙통제실 같은 거지.
핵심 없이 나풀대는 마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거야...
ㄱ: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마. 어차피 너와 나는 다르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이해할 순 없는 게 당연하잖아.
ㄴ: 그런가? 그래 네 말대로 그럴 수도 있어. 인정해. 지금 예민해.
하지만 어머니가 정말로 짜장면을 싫어하신다고 믿는 사람을
여태껏 본 적이 없어서 나 당황스럽고, 네가 낯설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알겠는데, 그럼에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ㄱ: 네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짜장면 싫어
하는 어머님들도 많이 봤어. 우리가 경험한 환경은 달라. 너와
내가 다르고 성별과 성격과 가치관과 감성이 달라.
그렇게 모든 게 맞길 바라는 네 경직된 사고는 아닌 것 같다.
ㄴ: 휴...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아니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잘못된 건 없네. 그래 네가 틀린 것도 아니고 내가
좀 내 위주로 생각한 것도 같고. 우리 별문제 없는 거 맞네.
ㄱ: 그래. 너와 내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게 중요해. 상대방을 인정
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해.
ㄴ: 내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넌 내 생각을 존중해 줬는데,
나는 내 생각대로 널 판단한 것 같아. 미안하고, 민망해.
그럼에도 한구석이 답답하고 휑한 느낌이 드는 건, 내가 너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인가 봐. 네 말대로 경직된 걸 수도 있고.
ㄱ: 그래. 난 네가 웃을 때가 좋아. 항상 즐겁고 유쾌한 모습이 좋아.
아마 오늘은 네가 좀 민감했던 것 같아. 나도 좀 황당했지만
넌 원래 웃찾사니까. 이제부턴 그러지 말자. 굳이 이런 일로
다툴 필요 없잖아.
ㄴ: 응. 그래... 그래... 응, 응...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는 필요라는 건 도대체 뭘까?)
누가 ㄱ이고 누가 ㄴ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관점에 따라 ㄱ이 ㄴ이고, ㄴ이 다시 ㄱ이니까.
앎의 소용이 아닌 깨달음에 소용이 있다.
깨달음의 소용보다 변화에 소용이 있다.
이 얼마나 희박한 확률의 가능성을 부르는 노래인지...
때때로 너와 나의 간극은 까마득하다.
Bongo Bong (Je Ne T'aime Plus)
아티스트 : Robbie Williams
앨범타이틀: Rude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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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나는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너와 나는 제각각의 생김으로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함께 살아간다.
어릴 때 나에게 추석이나 설날은 크리스마스, 생일과 더불어 가장 설레고 즐거운 날이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약간 귀찮은 대신 용돈이 생기는 날이었다가 결혼을 하고서부터는 꽤 부담스럽고 조금 화목하거나, 조금 부담스럽고 꽤 화목하기도 한(그때그때 달라요) 날이 된 명절. 생각해 보면 몸이 엄청 힘든 것은 아닌데 말이다.
생각과 입장의 차이로 덕담이라고 건넨 말도 섭섭해질 수 있고 입들이 많아 섣부른 조언들과 걱정들이 서로의 선을 넘나들기도 한다. '이것은 호의야'라고 정신줄을 붙잡고 '화목'이란 줄타기를 하다 보면 진이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으로 정말로 호의를 베푼 것뿐이지 참견할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란 말이다. 아아 어차피 나는 쪼렙 며느리라 애초에 명절엔 집에다가 자아를 두고 간다.
우찌 됐든지 간에.
이번 추석 연휴에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아 아니 아니다. 꼭 온 가족이 함께 할 필요는 없다. 아니 가족이 함께 할 필요도 없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행복한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 보름달 같이 따뜻하고 밝은 마음으로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정겹게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단 하나의 생명도 또 생명이 아닌 것도 외롭지 않은 아프지 않은 슬프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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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여러분이 입 다물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상단의 글은 오래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이다. 노래 제목은 글을 쓸 때 들었던 곡이니 싸이 감성을 증폭시키고 싶다면 틀어놓고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