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솔직하면 안 돼?"
누군가와 다툴 때, 특히 애인과 말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하거나 듣는다. 나도 자주 했던 말이다. 제발 솔직하게 말해줘, 아님 제발 솔직하게 말하라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하지만 진실된 사람은 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차마 그럴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로 우리는 한계에 부딪힌다. ‘우리’라는 말은 타인의 공감이 없다면 일반화될 수 있는 섣부른 단정이기에 다시 고쳐 말해서, 일단 나는 그렇다. 모조리 다 털어버리고 싶은 날, 가슴 언저리까지 오랫동안 감춰둔 사실들이 기어올라 왔지만, 끝내 세상으로 꺼내지 못하는 나에게 답답함과 절망을 느낀다.
뭐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길래, 싶기도 하겠지만, 진실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긴 세월 묵혀온 나의 비밀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딱딱해져서 깨버리기 어려워졌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어쩌면 그들 역시 평범한 척하는 사람들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환하게 웃는 그들처럼 마음껏 웃으며 마음 편히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유독 마음이 흐린 날에는 거짓된 내 모습이 진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 날이면 빗방울을 피해 등에 붙은 작은 집으로 몸을 웅크려 넣는 달팽이처럼, 어두운 내면으로 마음을 말아 넣었다.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는 현실 회피 같은 것이었다. 잠시라도 세상과 단절하고자 깊은 잠을 선택했다.
그런데 작고 연약한 집도 없는 민달팽이들은 맨몸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두려움이 생겼다.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다가 운 좋게 살아남거나 아님 강한 빗줄기에 몸이 으스러져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두려운 진실 앞에 마음을 숨길 집마저 없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방법은 있었다. 마음을 숨길 필요 없이, 진실이 나를 덮치기 전에 내가 먼저 진실 앞에 서면 되는 것이었다.
방법은 알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으니깐, 그러나 이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그 방법을 실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용기’의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진실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달팽이는 걸음만큼이나 느렸지만 분명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솔직하고 싶었다. 나는 이전보다는 용기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진실앞에 서기에 여전히 일렀다. 나를 다독이며 솔직할 수 있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느려터진 달팽이라도 계속 걷다보면 목적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