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저에 숨어 있는 욕망의 덩어리를 생각해 본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교수는 욕망의 의미에 대해 내적으로 비밀스럽게 자기에게 느껴지는 삶의 충동, 생명력,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자발성이라 정의했다. 또한 욕망은 자기한테 힘으로 작용하여 여기에 있는 자기를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가려고 하는 의지라고 했다. 욕망은 자신이 위치한 공간을 확장시키고, 또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부터 욕망이라는 말은 뭔가 탐욕스럽고, 위험하고, 본능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억제하고 절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비슷한 단어인 욕구는 그런 저항감이 덜하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욕망이나 욕구가 사전적으로 틀릴 수 있지만,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영화 제목처럼 사람은 욕망과 욕구를 성취하고, 그것을 태우면서 에너지를 얻고 인생을 나아가는 것 같다.
사람의 욕구는 균형을 가지고 조화롭게 채워야 한다. 그래야만 행복한 삶을 영위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개별 욕구가 혼재되어 있고, 상호 충돌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객관화시키기가 힘들다. 거기에다 타인과 경제적, 사회적 비교, 개인능력의 한계로 결핍을 크게 느낀다. 그러다 보니 책이나 강연에서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눈높이를 낮추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말로 이해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도 있고 열정 에너지가 많다. 그 사람들도 실망도 하고 좌절도 했겠지만, 욕구라는 에너지 원천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즉, 우리가 바라는 꿈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고 견디어 나가는 것이다. 밥이 없으면 다른 먹거리를 찾아 먹는다. 나의 경우 탄수화물 중독인지 모르겠지만, 라면을 먹으면 힘이 나고 만족스럽다. 이처럼 욕구도 전환하거나 대체를 통해 채울 수 있다.
욕구는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억압하고 풀지 않으면 에너지가 하향하고, 자아 불일치가 생긴다. 성공이나 성취로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 만족, 불만족 또는 자신감, 두려움 등으로 에너지가 채워지기도 하고, 방전되기도 한다. 에너지가 약하면 주위로부터 “오늘 기운이 없어 보인다. 어찌 풀이 죽어 보인다.”라고 말을 듣게 된다. 이때 혹시,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라도 듣게 되면 신경질적이거나 방어적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에너지가 계속 샘물처럼 솟아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충전을 하는 것처럼 우리 몸과 마음도 지속적으로 충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욕구 덩어리를 편식하다 보니 무기력, 번아웃 증후군, 우울증, 화병 등의 증세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욕구를 다 성취할 수 없지만 쪼개 볼 수는 있다. 그리고 자신을 잘 파악해 긍정적인 힘을 주는 대체 욕구를 선택하거나 개발하는 것이 포인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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