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산불 진화와 대피 시스템, 그리고 네트워크의 힘
비가 더욱 오지 않는 여름이 되면, 캘리포니아는 너무나 건조해진다. 수풀끼리 스치면서 불을 낼 정도니(Bushfires), 여기저기 산불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땅도 넓으니 인위적으로 물을 뿌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최근,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산불을 직접 겪었다. 주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보이는 연기가 우리집 건너편 뒷산일 줄이야...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서둘러서 집으로 가는데, 산불이 번질 수 있는 잠재 위험지역이라면서 집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차단해버렸다;; 집에 중요한 물건들을 챙겨야 하므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대피지역의 경우, 경찰관과 소방관이 일일이 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했다. 도로 폐쇄 이유는, 소방차가 쉽게 진입하고 어느 각도에서든 물을 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놀라운 것은 경찰관의 가이드에 대해 어느 누구 하나 반항/항의하지 않고, 모두 차를 돌려 도로를 깨끗하게 비웠다. 가던 길을 우회(detour)해서 가야 하는 차량들도 소란 없이 지시에 따랐고, 교통체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도 일단 차를 돌렸다. 어디로 가야 하나;;
일단 비상식량과 옷 등을 사기 위해 슈퍼로 간 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늘 위로 헬리콥터가 쉴 새 없이 물과 빨간색 가루(retardant, 지연제)를 실어 날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갖 종류의 소방 헬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 생긴 게 정말 많았다. 지상에서는 소방관이 호스로 물을 뿌리면 진화에 나섰다. 근처에 있어도 강한 독성 냄새에 어지러웠는데, 소방관 분들은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다. 뉴스에서, 주변 도시의 소방관까지 합세해서 약 400명이 진화에 나섰다고 했다. 늦은 오후가 되니, 근처 고등학교에 대피소(shelter)가 설치되었다는 안내와 그곳에 물과 의료장비들이 설치됐다는 정보가 공유됐다.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규모의 물자와 인력들이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트위터(Twitter), 넥스트 도어(Next Door)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소방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Public Information Officer)가 공식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해주고, 사람들끼리도 사진 및 상황에 대해서 공유가 이루어졌다. 소방관들을 격려하는 메시지와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다른 어떤 매체에서보다 SNS을 통해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Facebook)에서도 흥미로운 포스팅이 생성됐는데, 화재/지진 등에 대해 주변 지인들의 안부를 묻거나 본인 상태의 안전여부를 표시하는 기능이다. 친구의 안전 확인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불길이 빨리 잡혀 특별한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우리 동네는 저녁 9시쯤 도로가 다시 열리고, 사람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 정보 또한 SNS을 통해서 알게 됐다. 바람이 우리집 쪽을 향하지 않아서인지, 놀랍게도 집안 공기는 괜찮았다. 집에 오니 너무나 좋았다! ^^
산불이 잡힌 후에도, 주말까지 후속 마무리 진화 작업이 계속되었다. 역시나 다양하게 생긴 헬리콥터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축구장 몇 배 크기가 순식간에 없어졌다고 한다. 자연발화가 아니라, 인재로 추정된다고 한다. 주민들이 신속한 대처와 헌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소방서 앞에 꽃이나 음식 등을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배울 점이 많은 경험이었으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산불은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