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켈리랜드 Apr 28. 2021

갓 구운 솜털 같은 식빵 이야기

#집구석 베이킹 #유투버가 선생님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은 무엇일까? 프랑스 최고 요리 명문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 출신의 제빵사가 해주는 빵일까? 아니면, 전망 좋은 럭셔리 호텔 레스토랑의 보기만 해도 맛이 느껴지는 빵일까? 이러한 우문에도 현명한 답이 있다면, 제일 맛있는 빵은 바로 ‘갓 구워 나온 빵’ 일 것이다.


갓 구운 빵이 주는 풍미는 기가 막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한 입 베어 물면, 따뜻한 온기와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온몸을 감싸는 것 같다. 이 순간만은 모든 것이 무장해제되는 순간이다. 난 갓 구운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 빵집도 팬데믹 여파에 휩쓸려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관련 글: 10년 된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 덕분에 갓 구운 빵을 사기 위해서는, 20분을 운전해서 나가야 했다. 갔다 오면 다시 배고파지더라도 말이다. 그러다 문득, 차라리 내가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여러 유투버(Youtuber)들이 집에서 쉽게 베이킹하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 한 영상을 선택해, 홈 메이드 제빵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영상을 틀어놓고 화면을 정지해가며 그대로 따라 하였다. 마치 과학 실험 시간처럼, 계량컵과 저울로 정확한 양을 측정해가며 했다. 한국요리는 ‘소금 톡톡, 설탕 가득’처럼, 대충 입맛 따라 넣어도 맛이 나지만, 베이킹은 정확한 계량이 중요하다. 설탕 3 tbsp (테이블 스푼), 버터 2 tsp (티스푼)이면, 그만큼만 넣어야지 기분 좋다고 많이 넣으면 안 된다. 오븐 온도도 380 F 라면 그대로 맞춰야지, 빨리 먹고 싶다고 400 F에서 구우면 안 되는 것이다. 좋은 점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베이킹은 거의 실패하지 않고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단, 유튜버 선생님들을 믿고 그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도전 과제는 식빵으로 정했다. 안에 속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니, 손도 덜 갈 것이라 생각했다.

첫 시도는 손으로 반죽하는 과정에서 실패하였다. 20분 이상 손으로 치대야 하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인내심과 기술을 요구했다. 아무리 쳐대도, 반죽이 손에 들러붙기만 하고, 유튜브에서 보는 것처럼 매끄러운 반죽은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몇 분 더 치대다, 결국 흐물거리는 아메바같은 반죽은 오븐이 아닌,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다시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무반죽 식빵 만들기’가 있었다.

조회수도 높고 성공했다는 댓글도 많았다. 이걸로 다시 도전해보자! 반죽을 덜하는 대신, 이스트가 부푸는 과정을 여러 단계 거치는 방식이었다. 그대로 따라 해 보니, 반죽이 그럴싸하게 뭉치며 탱글한 모양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잘 된 것 같다. 다음은 반죽을 발효시키는 단계다. 잘 숙성된 반죽은 이스트(Yeast)의 마법으로 약 2배 정도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다. 큰 기대를 하고 열어보니, 이런! 생각보다 덜 부풀어 올라 있었다.  


다시 유튜브에서 ‘반죽 잘 부푸는 법’을 검색했다.

밀폐된 공간에 따뜻한 물을 함께 넣어 발효시키면 잘 부푼다고 했다. 이스트 종류도 바로 부풀 수 있는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Instant Dry Yeast)를 권장했다. 이번에는 꼭 해내고 말리라! 다시 떨리는 맘으로 살짝 뚜껑을 열어보니, 오오! 이번에는 아주 이쁘게 잘 부풀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식빵이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 퍼졌다. 부들부들한 식빵을 쭉쭉 찢어 먹는 재미와 쫄깃한 맛은, 갓 나온 빵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무반죽’에서 오는 아쉬움이랄까.

다시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성공적인 빵 만들기의 핵심은 반죽과 발효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놈의 ‘솜털 식빵이 뭐길래’ 결국, 반죽기를 사기로 결심했다. 누군가 그랬다. 제과, 제빵은 장비빨이라고!  


자! 이제 반죽기도 준비됐고, 발효에 최적화된 습도와 온도도 세팅해놨다. 처음 사용해본 반죽기는 완전 신세계였다. 재료를 섞은 후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반죽을 내놓았다. 반죽기가 돌아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도 절로 힐링되는 것 같았다. 반죽기를 발명한 사람은 상 줘야 한다!


제빵의 핵심은 반죽과 발효다. 잘 부풀려진 반죽을 보기만해도 참 뿌듯하다



이제, 오븐에서 20분! 드디어 쫄깃쫄깃 부드러운 솜털 식빵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Covid-19 방콕 라이프 덕에, 얼떨결에 시작한 집구석 베이킹.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빵을 만들 때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게 좋다. 흩어져있던 밀가루 입자들이, 전혀 새로운 모양으로 빚어지는 것도 참 신기하고 뿌듯하다. 부지런히 손과 팔을 움직여 반죽을 하고, 충분히 발효가 진행되는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리고, 마지막으로 오븐에서 나오는 완성물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치 명상과 수행을 하는 기분이다. 솜털처럼 보들보들한 식빵처럼, 내 마음도 절로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갓 구운 빵이 선사하는 구수한 풍미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한동안 집구석 베이킹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오븐에서 막 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식빵이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늦게라도 시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