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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맛캔디 May 10. 2021

'섬집 아기' 2절을 듣고 눈물이 났다

< 섬집아기 >는 노래 제목은 모르더라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하고 첫마디만 부르면 누구나 아는 동요일 것이다. 학창 시절 흥얼거리며 배웠던 노래를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로 말이다.


자장가는 일종의 마법 주문과도 같다. 마법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엄마도 아이가 빨리 잠들길 소망하며 정성스레 자장가를 부른다. 입으로는 자장가를 부르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해야 할 일로 가득하다. 설거지, 빨래, 청소, 아이가 잠들어도 엄마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재우는 마음 또한 급해진다. ‘빨리 잠들어라~ 어서 잠들어라~’ 다시 주문을 외워본다.


하지만 보챈다고 아이가 바로 잠들진 않는다. 밥을 지을 때 쌀이 완전히 익고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가 충분히 잠들기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부바로 아이를 등에 엎고, 자장가를 부르며 천천히 한 발자국씩 움직여본다. 아이의 호흡소리에 맞춰 걷는 속도와 박자를 조정한다. 그 인고의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것이 바로 자장가이다.


아이를 위해 부르는 자장가가 엄마에게도 위로의 노래가 된다. < 나비야 > < 과수원길 > < 등대지기 > 등, 여러 노래를 번갈아서 부른다. 10분, 20분, 길게는 30분이 넘도록 열심히 부르다 보면, 노래가 서로 섞이기도 하고 멜로디가 뒤죽박죽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다지 귀 기울여 듣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중 <섬집 아기> 노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느린 박자의 저음 곡에다 가락 또한 서정적이다 보니, 왠지 구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유의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에 아이를 재울 때 자주 사용하는 애창곡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자장가로 불렀건만, 어느 날 문득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 섬집 아기 > 1절 가사


일 나간 엄마를 마루턱에 홀로 앉아 기다리다 스르륵 잠든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혼자 남은 아이에게 자연은 기꺼이 친구가 되어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큰 그늘을 내어주는 것처럼, 바다는 처얼썩 철썩 파도소리로 멋진 자장가를 들려준다. 시원한 바닷바람도 살랑거리며 다가와, 아이를 포근히 감싸준다. 그래도 아이는 꿈속에서라도 엄마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팔베개를 하고 혼자 잠든 아이의 외로움이 느껴져 살짝 서글퍼졌다.


출처: 그림책「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원화


그러다 문득, 2절이 궁금해졌다. 사실, 2절이 있는지도 몰랐다. 2절 노래 가사를 찾아서 따라 부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한번 눈물샘이 터지니,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 < 섬집 아기 > 2절 가사


집에 아이를 혼자 두고 나온 엄마의 손길은 분주하다. 하루 종일 갯벌에 쭈그리고 앉아, 허리 필새 없이 굴을 캐고 있지만 마음은 집에 있는 아이 생각뿐이다. 조금 쉬어볼까 허리를 펴보니, 해가 어느덧 뉘엿뉘엿 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더 분주해진다. 반절도 차지 않은 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을 달려 아이에게로 간다. 집이 가까워지는 언덕길을 오를 때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조금 더 빨리 올 걸 하며 후회하는 마음으로, 신발이 벗겨질세라 한달음에 달려간다.


아이 앞에서는 본인의 고단함도 한숨에 잊어버리게 되는 게 엄마의 마음일까 싶어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런 마음으로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이 밀려오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내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껴안고, 나도 모르게 꺼억꺼억 소리내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출처: 그림책「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원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우리 집 꼬마들은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잘 때는 엄마를 찾고, 나는 여전히 자장가로 <섬집 아기>를 불러주고는 한다. 그럴때마다 가끔 그때 흘린 눈물이 생각난다. 언젠가, 우리 꼬마들도 커서,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릴 때가 오겠지? 그때는 우리 꼬마들 또한 누군가의 엄마가 돼있을 테지. 그때 말해줘야겠다. 나도 그랬다고. 그러면서 엄마가 되는 거라고.



출처: 그림책「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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