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클 모닝 > 한 달 도전 후기! 아직 현재 진행 중
벌써 2020년의 10월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곧 올 한 해도 저물겠지' 싶어, 살짝 이른 감이 있지만, 한해를 돌이켜보았다. 1월에 세웠던 엄청 진지했던 계획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미뤄뒀던 계획들이 눈에 밟힌다. 언제쯤 시간과 여유가 생길까. 정말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그러던 중 < 미라클 모닝 > 책을 만났고, 무작정 실천에 옮겨봤다. 한 달 간의 도전 후기를 공유해본다.
한동안 서점가를 강타한 자기 계발 도서 중 ‘아침형 인간’ 책이 있었다. 이와 유사한 관점으로, <미라클 모닝>에서는 구체적으로 아침 일찍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알려준다. 핵심을 요약하면, 아침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후에는 원하든 원치 않든 주변 환경에 방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아직 세상이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시간을, 내가 세상에 정식으로 ‘로그인’ 하기 전에,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 또는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침묵, 확신의 말, 시각화 하기, 운동, 독서, 일기 쓰기”의 6단계를 의식적인 아침 루틴(Routine)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일단,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난 이미 오전 6am에 기상하는 나름 아침형 인간이었으므로, 4:30am을 목표 기상 시간으로 잡았다. 저자가 제안한 6단계 모두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내가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명상, 일기 쓰기, 영어공부, 독서, 운동”으로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그리고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들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목표가 좋고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건 4:30am에 기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 시간에 대한 강박을 버리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처음엔 목표한 기상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으로, 새벽에 여러 번 깨는 바람에 숙면을 방해했다. 어떤 날은 4am에 벌떡 일어났다가, 목표한 4:30am이 아직 안됐다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로 다시 푹 잠들기도 했다. 미라클 모닝을 하기 위해서는 굳이 4:30am 기상 시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좀 더 일찍 일어나도, 설령 늦게 일어나더라도, 아침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여전히 시간은 내 편이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찍 기상하기 위해서는 일단, 일찍 자야 한다. 요즘은 9pm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잘 준비를 한다. 예전엔 아이들을 재우고, 나만의 저녁시간을 가졌었다. 하지만, 대개 저녁시간은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느낌보다,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드라마를 본다든가, SNS 가십이나 웹서핑으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일찍 자고, 아침에 1-2시간 일찍 일어나는 게 도움이 된다. 다행히 일찍 잠드는 게,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너무 중요한 질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찍 일어났는가. 그래서, 모닝 루틴(Routine)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을 할지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아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일어나면 그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바로 불을 켜지 않고, 커튼을 걷고 자연빛을 받으며, 약 10분간 ‘명상’을 시작한다. 아직 혼자 명상하며 기쁨을 느낄 경지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명상 앱(app)을 이용한다. 아직 아침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았기 때문에, 눈 감고 하는 명상이 본격적인 아침 루틴을 시작하기 전에 브릿지(bridge)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명상이 마친 후에도 불을 켜지 않고,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일기를 쓴다. 일기라는 게 신기하다. 쓰면 쓸수록 할 말이 엄청 많아진다. 혼자 칭찬도 했다가, 불만도 썼다가, 우주를 구할 것 같이 장대한 이야기도 썼다가 한다. 그러다 보면, 5am이 훌쩍 넘는다. 그러더라도 아직 아침 시간이 2-3시간이나 더 남아 있다. 놀랍지 않은가?!
명상, 일기 쓰기 다음 나의 아침 프로그램은 영어 공부이다. 주로 Economist 매거진의 기사 하나를 단어를 찾아가며 꼼꼼히 리딩 한다. 그 후에는 독서를 한다. 미라클 모닝 첫 주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너무 재밌게 읽었다. 아마 첫 주의 즐거운 독서 경험이 , 내가 미라클 모닝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만약, 처음으로 미라클 모닝에 도전한다면, 푹 빠져서 읽을 재밌는 책을 꼭 프로그램에 넣길 권장한다.
마지막 단계는 운동이다. 이때쯤 돼야, 드디어 세수를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 밖으로 나간다. 아침 조깅은 올 4월부터 매일 1시간씩 꾸준히 달리고 있다 ('매일 달리면서 발견한 세 가지'를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달리기를 마친 후, 스타벅스 들려 커피를 픽업해서 집에 돌아왔다. 자! 몇 시일까?! 와우! 8:30am이 채 안됐다. 아직 9am도 안된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점심시간쯤 되면 나른하고 졸렸다. 계속 커피,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찾게 됐다. 나도 모르게, 몽롱한 정신으로 계속 간식거리를 찾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주의점은, 낮잠이 1시간을 넘어버리면, 일찍 자기 힘들어지고, 결국 새벽 기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낮잠은 짧고 굵게 자는 게 좋다.
'미라클 모닝'에 실패했을 때 어떻게 처신하느냐도 중요하다. '내가 원래 이렇지 뭐'하고 원래 삶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늦게라도 '늦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게 좋다. 아예 멈춰서 버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계속 달리는 게, 나중에 습관의 궤도로 올려놓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7am에 일어나게 됐다면, 앞에 놓친 루틴을 서둘러서 무리하게 캐치 업하기보다는, 원래 그 시간대에 계획된 일을 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바로 달리러 나간다. 그리고, 돌아와서 원래 일상대로 생활하되, 자투리 시간에 아침에 놓친 명상, 일기 쓰기를 한다. 하지만, 역시 오후에는 치고 들어오는 여러 일정들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어려웠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아침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됐다.
4:30am에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있는데, 위층에서 2살 꼬마가 깨서 엄마를 찾는다;; 엄마를 찾는 아이 목소리에 '미라클 모닝'따위는 없다. 쏜살같이 달려가 아이를 달래주고, 같이 곤히 잠이 든다. 신기하게 아이를 안으면 없던 잠도 절로 든다. 이런 날도 그냥 스킵하기보다는, 위에서 말했듯이 '늦은 미라클 모닝' 태세로 전환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속에서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4:30am 정각에 일어난 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직은 '명상'이 주는 깊은 묘미를 느끼는 내공도 부족하다. 여러 이유로 일기장이 스킵된 날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도전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바느질로 따지면, 한 올도 빠짐없이 가지런히 박음질되지 않고, 드문드문 시침질이 된 모습이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싱을 박은 듯이 멋지게 바느질된 옷 모양이 완성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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